영국이 중국을 향해 잇따라 강공을 펼치고 있다. 런던에 있는 중국 관영 영어 방송국의 면허를 전격 취소했고, 중국에 무역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U(유럽연합)가 중국과 협력을 모색하는 것과 달리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은 중국과 확실한 대결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영국의 방송·통신 규제 당국인 오프콤(Ofcom)은 4일(현지 시각)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의 영국 내 면허를 취소했다. CGTN은 중국 관영 방송사 CCTV의 자회사로서 외국어로 세계 100여 국에 방송을 내보내는 채널이다. 2019년 런던에 유럽본부를 설치했는데 면허 취소로 철수해야 할 처지다.
중국 정부는 신장 위구르 지역의 여성들이 중국인 남성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지난 2일 BBC 보도에 대해 항의했고, 이에 대해 영국은 CGTN의 면허를 취소했다. 오프콤은 “CGTN이 (중국) 공산당 통제에 따라 방송을 내보내고 있어 (방송사) 면허를 보유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영국 상원은 전날인 3일 중국을 염두에 두고 제노사이드(인종 학살)에 가담한 국가에 무역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의 무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게리 그림스톤 국제통상부 투자 담당 부장관은 “다른 나라 제노사이드도 해당되지만 주로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의 개탄스러운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영국이 앞장 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일 영국은 일본과 양국 외무·국방장관 4명이 참여하는 화상회의를 갖고, 함께 중국을 견제하자는 데 뜻을 모으기도 했다. 벤 윌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한 함대를 올해 안에 인도·태평양에 파견하겠다고 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증강을 꾀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과도 준(準)동맹 체제로 밀착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지난달 31일부터는 홍콩인들을 대거 수용하는 이민 정책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1997년 홍콩 반환 이전에 태어난 홍콩 시민 340만명에 대해 영국 체류 허용 기간을 6개월에서 5년으로 확 늘렸다.
이런 흐름은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EU와 다른 독자적 외교 노선을 추구하며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동맹들과 연대해 공동 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프는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했고, 영국이 뒤를 따르고 있다.
영국은 아편 전쟁 때부터 중국과 뿌리 깊은 역사적 앙금도 있다. BBC는 “홍콩 반환을 앞두고 중국이 ‘일국양제(1국가 2체제)’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도 영국과 중국 간 관계가 악화되는 원인”이라고 했다.
반면 EU는 작년 12월 중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하는 등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일 “EU가 미국과 함께 중국에 대해 패거리를 이뤄 괴롭히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