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불량배” “미친 하이에나” “이데올로기 선동자”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이 동북아시아 정세를 연구하는 프랑스 싱크탱크 소속 학자를 원색적인 용어로 거칠게 비난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대만을 편들고 중국을 비판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22일(현지 시각) 프랑스 언론과 소셜 미디어를 종합하면, 지난 19일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은 트위터로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 소속 앙투안 봉다즈 연구위원을 “어린 불량배”라고 지칭했다. 중국대사관은 이어 21일에는 홈페이지에서 봉다즈 박사에 대해 “대만과 가까운 이데올로기 선동자”라며 “연구자를 가장해 중국을 거칠게 공격하는 미친 하이에나”라고 했다.
봉다즈 박사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동북아 정세 전문가로서 유럽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학자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정치학 박사로서 고려대와 칭화대에서 방문 학자로 공부했고, 북한도 몇 차례 방문한 적 있다.
중국측이 봉다즈 박사에게 막말을 퍼부은 것은 제라르 라르셰 프랑스 상원의장을 비롯한 프랑스 일부 의원들이 올해 여름 대만을 방문할 계획을 세운 것이 발단이 됐다.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 대사는 “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했고, 프랑스 외무부는 “의원들의 활동에 개입할 수 없고 그들은 자유롭게 (대만을) 방문할 수 있다”며 중국측 요구를 거부했다.
봉다즈 박사는 트위터에서 외무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중국대사관을 향해 “당신들과 당신들의 선동까지도 크게 비주(프랑스식 볼 비비는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중국과 대만에 관련해 마음을 열고 토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의 프랑스식 조크였다.
하지만 중국측은 분개하며 막말을 퍼부었고, 프랑스 지식인 사회와 언론들은 중국을 일제히 비난했다. 봉다즈 박사는 22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명백한 모욕적인 언사”라며 “중국측이 나를 길들이고 나에 대한 평판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동북아 전문가로 영향력이 있는 봉다즈 박사가 대만 편을 들지 못하도록 공개적인 압력을 넣는다는 의미다.
중국대사관이 봉다즈 박사에 대해 “어린 불량배”라고 한 것은 아직 30대인 그를 애송이라는 식으로 깎아내리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봉다즈 박사는 “여기는 중국이 아니라 프랑스이고, 누구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다”며 “중국측과 언제든 토론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대사관에 대한 비난이 점증되자 22일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루사예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르 드리앙 장관은 “중국대사관이 프랑스인 연구원 등에 대해 취한 행동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봉다즈 박사는 “전임 중국대사는 무난하게 임기를 마쳤는데 루사예 대사가 중국 입장을 무리하게 관철시키려 하면서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은 작년 4월에도 대사관 홈페이지에 프랑스의 코로나 사태 대응을 공개 비판해 물의를 빚었으며, 당시에도 르드리앙 장관이 루사예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그러나 중국은 그냥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관영 영자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이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루사예는 코로나 사태 초기에 중국이 우한(武漢)의 코로나 환자와 사망자를 축소시킨다는 의혹에 대해 프랑스 TV에 출연해 강력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2014~2015년 우한 부시장을 지낸 적 있다. 2019년 주캐나다 대사로 재직할 때는 캐나다 정부가 5G 사업에 화웨이를 배제시킬 경우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해 물의를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