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 옆에 있는 미얀마 대사관 앞. 점퍼를 입은 쪼 츠와 민 영국 주재 미얀마 대사는 대사관 바로 앞 거리에서 종일 서성거렸다. 그는 취재진들에게 “내가 대사이고 이건 내 건물이지만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했다.
민 대사가 자신이 근무하던 대사관에서 출입금지 조치를 당한 건 지난 2월 1일 발생한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 때문이다. 민 대사는 권력을 장악한 군부를 비판해왔고, 미얀마 본국의 군부 세력 지시를 받은 칫 윈 부(副)대사와 무관(武官)이 합세해 민 대사의 대사관 출입을 막았다. 하극상이 벌어진 것이다. 민 대사는 “이건 일종의 쿠데타”라며 “그들이 내 건물을 부당하게 점유하고 있다”고 했다.
대사관 건물은 굳게 잠겼고, 민 대사가 초인종을 눌러도 내부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입구는 영국 경찰관들이 지켰다. 미얀마 대사관 측은 본국 지시를 받아 영국 정부에 민 대사가 대사관에 들어올 수 없게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영국 정부는 군부가 미얀마를 실질 통치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일단 외교 프로토콜에 따라 경찰관들을 대사관 입구에 배치했다. 하지만 민 대사가 쫓겨난 상황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얀마 군부는 민 대사 대신 윈 부대사에게 영국 대사 역할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외무부는 미얀마 군부에서 민 대사 임기가 종료됐다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BBC가 보도했다.
민 대사는 최근 BBC 등 외신 인터뷰를 통해 “군부가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문민 정부 지도자들을 석방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옳은 일을 옹호하는 용기와 애국심을 칭송한다”며 민 대사를 치켜세웠다. 영국은 미얀마 군부에 민주주의를 회복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 대사가 거리를 배회한다는 소식에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는 런던 시민들과 미얀마 교민 수십 명이 찾아와 그를 격려했다. 대사관 앞에는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숨진 사람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수십 개 걸려 있다. CNN은 민 대사에 대한 출입금지 조치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며 미얀마 대사관 측에 요청했지만 전화와 이메일 모두 응답이 없었다고 했다.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유혈 진압해 7일까지 598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