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합(EU)이 2022년과 2023년에 사용하는 용도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공동 개발 백신을 추가로 들여오는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EU 관계자를 인용해 추가 구매하는 분량은 최대 18억회분이며, 2022년과 2023년에 사용할 계획을 EU 집행위원회가 세웠다고 전했다.
앞서 독일 일간 디벨트는 9일 EU가 최대 18억회분을 추가 구입하는 계약서에 조만간 사인할 예정이라고 하면서 어느 제약사 제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청한 EU 관리는 “아직 최종 결정이 안 됐기 때문에 (어떤 백신인지) 밝힐 수 없지만 이미 집행위원회가 (추가 도입 백신으로) 화이자 백신을 점찍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18억회분은 2년간 모든 EU 회원국 국민이 맞을 수 있는 분량이다. EU 27회원국 국민은 약 4억5000만명이다. 항체를 생성시키기 위해 두 차례 접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9억회분이 필요하다. 즉, 화이자 백신만으로도 2년간 공급이 충분하도록 미리 준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화이자는 2022년에 30억회분 이상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량을 EU가 미리 차지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EU의 이 같은 움직임은 EU가 코로나 백신 공급과 접종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나왔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공동 개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일부에게서 혈전이 생성되는 부작용이 나타나 접종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진 이후이기도 하다.
일부 EU 회원국들은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기피하는 분위기다. 프랑스 고등보건원(HAS)은 9일 첫 접종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55세 미만인 사람은 두 번째 접종에서는 mRNA(메신저리보핵산) 방식의 백신으로 바꿔 맞으라고 권고했다. mRNA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제품을 말한다. 앞서 지난 1일 독일도 1차 접종 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60세 미만에 대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으로 2차 접종을 하라고 권고했다. 1·2차 접종 때 서로 다른 백신을 맞는 교차 접종에 대한 효능은 검증된 바 없다. 하지만 부작용을 줄이려면 교차 접종이 더 낫다고 독일·프랑스 보건 당국이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