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대사 아내 A씨, 옷가게 직원 폭행/피해자 제공

지난 4월 초 서울 용산구의 한 옷가게에서 점원의 뺨을 때려 물의를 일으킨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의 중국계 아내가 공자학원에서 태극권 강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고 벨기에의 프랑스어 일간지 라리브르가 최근 보도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해외에서 중국어 및 중국 문화 전파를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미국·유럽에서는 공자학원을 중국 공산당의 선전 도구로 간주해 폐쇄하는 중이라 이와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 태극권은 중국 공산당이 건강·체육을 위해 권장하는 중국의 전통 호신용 권법이다.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김연정 객원기자

라리브르는 레스쿠이에 대사가 주리투아니아 대사로 근무할 당시 아내 A씨가 수도 빌뉴스의 빌뉴스대 캠퍼스 내부에 있는 공자학원에서 태극권을 강의했다고 보도했다. 레스쿠이에 대사가 리투아니아에 근무한 시기는 2012~2015년이다.

실제로 본지가 빌뉴스대 공자학원의 홈페이지를 확인해본 결과, 2014년 4월 A씨가 리투아니아인들을 대상으로 태극권을 강의했다는 소식이 사진과 함께 게시돼 있다. 빌뉴스대 공자학원 측은 A씨를 태극권 마스터라고만 소개하고 주리투아니아 벨기에 대사의 아내라는 설명은 하지 않았다.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의 중국계 아내 A씨(오른쪽에서 세번째)가 2014년 4월 리투아니아 빌뉴스대의 공자학원에서 태극권을 강의하는 모습./빌뉴스대 공자학원

라리브르는 “주한 벨기에 대사의 아내는 또다른 논란에 연루됐다”고 했다. 한국에서 옷가게 점원 뺨을 때린 일에 이어 서방에서 적대시하는 공자학원에서 태극권 강의를 한 것이 논란이 된다는 의미다.

라리브르는 “레스쿠이에 대사 아내가 공자학당에서 태극권을 가르치기 위해 외교적 권한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벨기에를 대표한 외교 공관장의 아내로 해외에 체류하면서 중국 정부가 중국 문화 전파를 위해 만든 교육기관에서 중국 무술을 가르치는 게 부적절했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주한 벨기에 대사 아내에게 뺨을 맞은 옷가게 직원. /피해자 제공

라리브르는 “(표면상) 공자학원은 (프랑스 문화를 알리는) 알리앙스 프랑세즈나 영국문화원과 비슷한 기관이지만 중국 공산당의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받아 중국인 유학생과 해외의 중국 전문가를 감시하는 부서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켜 왔다”고 했다.

이와 관련, 벨기에 외교부가 A씨의 태극권 강의에 대해서도 경위를 조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라리브르는 “외교부가 빌뉴스대의 공자학원 홈페이지에서 A씨가 태극권과 관련한 워크숍을 열었다는 홍보물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빌뉴스대의 공자학원 개원 3주년 기념식에도 A씨가 참석했다”고 전했다.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와 그의 중국계 아내./afrikmag.com

공자학원은 2004년 서울에 처음 세워진 이후 작년 말 기준으로 세계 161국에 541개가 설치돼 있다. 한국에는 22곳이 있다. 서방에서는 공자학원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3년 캐나다 맥매스터대를 시작으로 북미, 유럽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80여 개가 폐쇄됐다.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은 “미국에서 공자학원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고, 미국에서는 작년에만 20여 개의 공자학원이 문을 닫았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공자학원을 받아들였고, 공산주의 정권에 우호적인 나라인 스웨덴도 작년 4월 공자학원을 없앴다.

레스쿠이에 대사는 올여름 벨기에로 귀국할 예정이다. A씨는 옷가게 점원에 대한 폭행 혐의에 대해 외교관 면책특권을 포기했다고 주한 벨기에 대사관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