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 아파트 두 동의 옥상을 이어서 만든 공중 수영장이 영국 런던에 생기면서 화제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지난 1일 런던 남서부 복스홀의 ‘엠바시 가든’ 아파트 단지 내에 ‘스카이풀’이라는 이름의 수영장이 개장했다. 35m 높이의 10층 아파트 두 개 동 옥상 사이에 길이 25m, 너비 5m, 깊이 3.3m의 풀이 걸쳐있는 구조다. 투명 아크릴판으로 만든 수영장에서는 이용객들이 공중에 떠다니는 느낌으로 런던 주요 명소들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7일 오후 이곳을 찾았을 때 빨간색, 파란색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행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수영장은 아파트 입주민과 초대받은 손님만 이용할 수 있다. 수영장이 위치한 엠바시가든 아파트는 방 2개짜리 22평 매매가가 20억원에 육박하고, 펜트하우스는 78억원에 이르는 고가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다양한 계층이 어울려 살도록 설계된 ‘소셜믹스’ 단지여서 총 1500가구 중 260가구는 임대주택이다. 그런데 임대주택 입주민들은 수영장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계층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아파트 관리업체 관계자는 “임대 주택 주민들은 수영장뿐 아니라 헬스장, 커뮤니티 시설 등 부대 시설 이용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수영장이 주변 지역과의 위화감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영장이 보이는 임대 주택에 사는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나딤 이크발은 가디언에 “무료로 이용할 것을 기대하지도 않지만,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선택권조차 받지 못했다”며 “런던에는 여전히 계급 분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을 통해 “유명 관광지도 아닌 주거지에 이 같은 구조물은 재앙과도 같다”며 “암울하게 통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투명한 사치품을 갖다 문지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이 수영장에 대해 ‘여행할 때 비즈니스석을 구매한 사람들이 라운지에서 특별한 식사를 대접받는 것에 대해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공공 재산인 하늘을 일부 주민이 점유한 것’ 등의 의견이 올라오며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