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여 명을 태운 독일 호위함(frigate) ‘바이에른(Bayern)’이 2일 인도-태평양 해역으로 출항했다. 독일 전함이 동(東)아시아에 오는 것은 2002년 이후 19년만이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중국의 남중국해 야욕에 대해 독일이 미국‧영국과 연대해 강력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작년 9월 독일 정부가 내 놓은 ‘인도-태평양 정책’ 지침도 남중국해 해역에서 독일의 안보 역할 강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바이에른’의 항로 일정과 독일 정부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바이에른’의 남중국해 파견은 중국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 전달 목적보다는,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동맹국과 우방국의 ‘압력’에 못이긴 결정이라는 해석이 더 정확하다. ‘바이에른’은 타이완 해협도 피하고, 중국이 일방적으로 건설한 남중국해 인공섬들의 12해리 ‘영해(領海)’ 내에도 물론 들어가지 않는다.
◇독일, 2019년에 이미 남중국해 호위함 파견 발표
‘바이에른’의 파견은 갑자기 결정된 것이 아니다. 독일은 이미 2019년, 이듬해 5월에 인도‧호주와 연합 해상훈련을 하기 위해 호위함 ‘함부르크’를 파견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무기한 연기됐다.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은 2019년 장관이 된 이래, 독일 호위함의 남중국해 파견을 강력히 추진했다. 그는 이번 ‘바이에른’ 파견을 놓고 “동맹국 및 같은 생각을 가진 이 지역의 파트너들과 연대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메르켈과 연정 파트너 사민당은 ‘반대’
그러나 중국과의 무역 파트너 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연정(聯政)파트너인 사민당의 롤프 뮈체니히 대표는 중국을 적대시하는 전함 파견에 반대했다. 뮈체니히 사민당 대표는 독일 호위함 한 척의 동아시아 파견을, 독일 황제 빌헬름2세의 제국주의 팽창정책(Weltpolitik‧세계정치)에 빗대기도 했다. 결국 메르켈은 중국이 ‘앞마당’처럼 생각하는 타이완 해협은 절대 가로지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호위함 파견을 허락했다. 더 나아가, 독일 정부는 최근에 중국이 남중국해에 마구 건설한 인공섬들의 영해 12해리를 침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설정한 영해(領海)를 존중하고, “통상적인(common) 무역 항로”를 따라 남중국해를 지나겠다는 것이다.
◇남중국해 진입은 상하이 방문 뒤 12월에나 예정
독일 호위함의 항로와 일정에도 ‘중국 눈치 보기’가 다분히 담겨 있다. 영국의 씽크탱크인 채텀하우스(Chatham House)는 “호위함이 남중국해 입구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계반대방향인 호주→괌→일본→한국→상하이→베트남→싱가포르의 순(順)으로 진행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바이에른’의 남중국해 진입은 12월 귀항(歸港) 길에야 가능해진다. 이때쯤이면 애초 예상됐던 영국 항모(航母), 프랑스 상륙함과의 이 해역에서의 연합훈련은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독일 정부는 ‘바이에른’이 남중국해 진입 전에 “대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상하이를 방문하겠다고 중국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상하이 방문을 통해 남중국해에 들어가기 전에 ‘승낙’을 구하는 듯한 모양새다. ‘상하이 방문’도 메르켈과 사민당 대표가 밀어붙인 대중(對中) 유화책이다.
그러나 중국은 냉담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호위함의 작전에 대해 독일 측이 출항 전과 후에 내놓은 정보가 너무 혼란스럽다. 충분히 의도를 파악한 뒤에 (상하이 방문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선 어쨌든 자기네가 무단으로 ‘앞마당’으로 만들어온 이 해역에 자꾸 서방의 군함들이 오는 것이 좋을 리 없다. 한편 영국의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 전단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인공섬 12해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중국과 별다른 충돌 없이 1일 타이완과 루손 섬 사이의 루손 해협을 지나, 필리핀해(서태평양)로 나갔다.
◇중국은 제2의 독일 수출국
작년 독일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1103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8.1%를 차지했다. 미국 수출(8.8%) 바로 다음이고, 이웃나라 프랑스(7.6%)보다도 많다. 독일이 코로나 재앙 속에서도 유럽의 엔진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대중(對中)수출 덕분이기도 했다. 베이징의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12해리 존중과 상하이 방문 요청은 ‘균형을 이루려는 외교적 자세’”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채텀하우스의 보고서는 “독일은 중국에 도전하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남중국해에 전함을 파견하려는, 억지로 꿰맞춰 보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