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끄는 벨라루스가 중동·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을 폴란드·리투아니아 등 이웃 국가에 의도적으로 들여보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EU(유럽연합)가 루카셴코의 비민주적인 철권통치를 문제 삼아 벨라루스에 경제제재를 가하자, EU에 난민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교묘한 보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으로 아프간 난민들이 유럽으로 대거 넘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EU 회원국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18일(현지 시각)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벨라루스와의 국경 지대에 900명의 군인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라크·시리아 등에서 온 난민들이 최근 벨라루스를 통해 집중적으로 유입되자 군 병력을 투입해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폴란드 국방부는 국경에 철조망을 추가로 설치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로 불법 이민을 시도한 사람은 올해 4100명이며, 이는 작년의 50배에 이른다. 이달에만 2100명이 폴란드 입국을 시도했다. 파벨 야블론스키 폴란드 외교부 차관은 “갑자기 이민자들이 몰리는 건 조직적인 작전으로 보인다”며 벨라루스를 겨냥했다.
이런 일은 벨라루스의 북쪽에 이웃한 리투아니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리투아니아 국경수비대는 벨라루스 경찰관 12명이 불법적으로 리투아니아 국경 안까지 진입해 난민들을 리투아니아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했다. 리투아니아 측이 BBC에 제공한 영상을 보면, 무장을 한 벨라루스 경찰관들이 엄호하는 가운데 난민들이 서둘러 리투아니아 방향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보인다. 유럽 언론들은 올 들어 벨라루스에서 리투아니아로 넘어가는 난민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6월 EU가 루카셴코에 대해 추가 제재를 내린 뒤 본격화됐다고 보도했다.
벨라루스는 ‘난민 떠넘기기’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EU 회원국 내무장관들은 18일 회의를 갖고 “벨라루스가 정치적 목적으로 인간을 도구화한다”고 비난했다. 다비드 사솔리 EU의회 의장은 “비정상적인 난민 유입이 계속되면 벨라루스가 더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