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이어 영국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핵심 대책으로 원자력 발전을 늘리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 1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원전에 10억유로(약 1조38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원전을 확대하는 방침을 확립했다.

영국에서 건설 중인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프로젝트./EDF

FT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원전 비율을 높여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대책을 담은 ‘넷 제로(net zero)’ 전략 보고서를 이르면 이번 주 초에 발표한다. ‘넷 제로’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의미다. 존슨 총리는 원전 확대 등 ‘넷 제로’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직접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항공기 엔진 제작 업체인 롤스로이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 중인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 사업에 투자를 늘리는 방안이 ‘넷 제로’ 보고서에 담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SMR은 원자로, 증기 발생기, 냉각 펌프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300㎿(메가와트) 이하의 소규모 원전을 말한다. 기존 대형 원전의 사고 위험 가능성, 건설 시 막대한 비용 등의 단점을 해결한 ‘꿈의 원전’으로 불린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SMR 개발을 향후 원전 발전 전략의 핵심으로 제시했듯이 존슨 총리 역시 SMR 개발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롤스로이스는 SMR을 설치한 공원 형태의 환경 친화적 원전을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FT는 또한 영국 정부가 웨일스 북부 지역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비롯해 그동안 중단시켰던 원전 건설을 재개한다는 내용도 ‘넷 제로’ 보고서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은 전체 전력의 20%를 원전에서 생산하지만, 노후 원전을 폐쇄해 2025년에는 원전 비율을 10%로 줄이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번 ‘넷 제로’ 보고서 발표 이후 원전 비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유턴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가 다시 원전 비율을 확대하려는 배경에는 ‘탈(脫)탄소’ 외에도 에너지 주권이 흔들리지 않게 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풍력 발전 비율이 17%로 유럽에서도 높은 편인 영국은 올해 유독 바람이 잠잠해 전기 공급에 애를 먹었다. 최근에는 천연가스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탓에 전기 요금이 급등했다. 영국은 천연가스 사용량에 비해 미리 비축할 수 있는 저장 시설이 부족하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