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슈퍼 체인 '점보'에 확대 설치된 안부 계산대. /점보

네덜란드 대형 수퍼마켓 체인 ‘점보(Jumbo)’의 특이한 계산대가 고령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네덜란드어로 잡담 계산대(Klets Kassa)란 팻말이 걸린 이곳엔 계산원이 물건 계산은 뒷전이고 손님과 수다를 떠느라 바쁘다. 여기에 줄 선 손님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고령자들이다. “허리 아프시다더니 이제 괜찮으냐” 같은 간단한 안부부터 “암스테르담에 간 따님은 잘 사느냐”처럼 어지간히 친한 사이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개인사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계산대 앞에는 “바쁘신 분은 옆 계산대로 가세요”라는 안내문도 걸렸다.

이 계산대의 목적은 독거 노인 등 고독한 사람들의 말벗이 되어 주는 것이다. 2019년 7월 브라반트주(州)의 소도시 블라이멘에 처음 등장, 2년여간의 시범 운영 후 내부적으로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자 지난달부터 네덜란드 전국 200여 매장에 확대 설치 중이라고 네덜란드 RTL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계산원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고작 2~3분이다. 하지만 이 짧은 대화도 사회로부터 고립돼 외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점보 수퍼마켓은 “계산원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일부러 하루 3~4회씩 수퍼마켓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대화 중에 노인들의 건강 악화나 가정 내 다양한 문제, 심지어 극단적 선택 상황에 몰린 경우도 발견해 지역 병원이나 사회복지 센터에 연결, 해결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이 코너엔 인생 경험이 많거나 눈치가 빠른 전담 직원이 배치된다. 손님들이 같은 직원을 계속 만나야 이야기가 자연스레 이어지고, 개인사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추가 비용은 회사가 사회 공헌 차원에서 감수한다. 네덜란드 보건복지부도 이런 순기능을 눈여겨보고 협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초(超)고령화, 낮은 결혼·출산율, 인터넷의 발달로 홀로 고립된 사람들이 급증하는 와중에, 그나마 사람과 마주할 때가 장을 보러 나갈 때라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