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방문한 옌스 플로트너 독일 총리 외교정책 보좌관과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 외교 보좌관 등 독일과 프랑스 특사를 만나 “우크라이나는 독일과 프랑스가 주선하는 러시아와 회담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과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놓고 10일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이 벌어진 데 이어 12일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13일 러시아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간의 연쇄 협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 과정에서 자국의 명운이 걸린 사안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낼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국내 외의 지적을 받아왔다.
이들 4개국 회담은 이른바 ‘노르망디 포멧(형식)’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2014년부터 비정기적으로 열려왔다. 그해 6월 6일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이들 4개국 정상들이 만나 당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의 내전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한 것에서 비롯했다. 이후 이들 4개국은 정상 간 직접 회동과 전화 회담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관련 문제 해결을 시도해왔다. 이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도 위기설 진화에 다시 적용하려 하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이미 지난달부터 이와 같은 의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지난달 10일 올라프 숄츠 신임총리가 파리를 처음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르망디 포멧을 통한 중재에 다시 한 번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독일과 프랑스 특사들은 이날 키예프를 방문하기 닷새 전인 지난 6일 모스크바를 미리 찾아 러시아 측에 노르망디 포멧의 정상 회담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분쟁 종식에 관해 구체적으로 합의할 때가 됐으며, 우리는 4개국 지도자의 새로운 회담에서 필요한 해결책을 모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와 독일, 프랑스는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다양한 급에서 노르망디 형식의 회담이 재개되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러시아 측이 이 노력을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에 대한) 평화적 해결 과정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을 통해 지난 2015년 돈바스 지역에서의 평화정착 방안을 담은 ‘민스크 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돈바스 반군 간 교전은 이후로도 완전히 멈추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 이를 놓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반군을 지원하며 분쟁을 부추겼다”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군과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고 있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돈바스 내전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1만3000여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