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에 3면이 포위돼 무력 침공의 위협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14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은 현재로선 그저 꿈(dream)”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러시아의 세르게이 V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외교로 해결할) 가능성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보고했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군사 훈련은 막바지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러시아 외무‧국방장관이 푸틴에게 보고하는 장면은 이 부분만 TV에 기획 공개됐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위기의 톤(tone)이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우크라이나 대통령 “나토 가입을 향한 길, 누가 우리와 함께 걷겠는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하고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은 우리의 안보와 영토 보존을 위한 것이고, 이는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면서도 러시아가 3면을 포위하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파병 계획이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2019년에 수정된 우크라이나 헌법은 유럽연합(EU)과 나토 가입을 전략적 목표로 명시했다.
그는 “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의 길을 얼마나 걸을 수 있겠는가” “어느 나라가 우리랑 파트너가 돼 함께 이 길을 걷겠느냐”고 물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의 문호 개방 정책은 우리에겐 그저 꿈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바딘 프리스타이코 주영(駐英) 우크라이나 대사는 13일 BBC 인터뷰에서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나토 가입이란 목표를 포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금처럼 위협받고 협박을 받고 떠밀리는 상황에서는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와 해당 대사는 나중에 BBC 인터뷰 발언을 “거두절미됐다”며 부인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영 대사의 발언은 “나토 가입을 자꾸 언급해서 러시아의 위협을 초래하지 말라는 여러 나라들의 제안을 반영한 것”이라며 “지금은 어느 나라도 이런 생각을 더 이상 숨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교의 “외교 가능성 소진 멀었다”에 푸틴 “좋다”
같은날 TV에 기획 공개된 푸틴 대통령 보고에서,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푸틴에게 “(외교 해결) 가능성은 아직 소진되려면 멀었다. 계속 (외교 협상을) 강화하고 지속하겠다”고 보고했고, 푸틴은 모호하게 “좋다”고만 답했다.
상대가 러시아의 다음 수순을 전혀 알 수 없게 하는 것이 푸틴과 러시아의 대표적인 전략이다. 쇼이구 국방장관이 “훈련 중 일부는 이미 끝나고 있고, 다른 것들도 곧 끝날 것”이라고 보고했지만, 푸틴은 ‘어느 지역 훈련이 끝나는지’에 대한 질문도 없이 “이제 좀 더 자세히 논의할 것”이라며 TV 공개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