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횡령·성 추문 등 스캔들을 몰고 다녔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5) 이탈리아 전 총리가 53세 연하 하원의원과 세 번째 결혼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베를루스코니는 결혼설을 부인하면서도 “가까운 미래에 축하받을 자리를 계획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현지 일간 ‘리베로’는 22일(현지시각) 벨르루스코니가 마르타 파시나(32) 하원의원과 결혼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이 설립한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소속 파시나 하원의원과 2020년부터 연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베를루스코니와 가까운 한 인사는 “결혼식이 다음 달 21일로 잡혔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베를루스코니는 “나는 파시나와 결혼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관계는 깊고 강해서 결혼을 통해 공식화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가까운 미래에 제 아이들과 소중한 친구들 앞에서 약속하고 축하받을 자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현지 신문 ‘일 죠르노’는 “간단히 말해서 베를루스코니가 재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른 언론 ‘일 메사게로’는 “베를루스코니의 아이들이 결혼에 반대해 결혼설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1965년과 1990년 결혼했으며 다섯 명의 자녀를 뒀다. 이혼한 두 번째 부인인 영화배우 베로니카 라리오는 “베를루스코니가 끊임없이 젊은 여자를 찾는다”고 폭로한 바 있다.
파시나는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프로축구 세리에A 명문 클럽 AC밀란의 언론담당으로 활동하다 2018년 총선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치권에 진출했다. 2020년 두 사람이 사르데냐섬에 있는 고급 별장에서 손을 잡고 산책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연인 사실이 알려졌다. 최근에는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세리에B의 또 다른 클럽팀 경기에서 키스하는 장면이 목격되는 등 공개 연애를 이어왔다.
베를루스코니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세 차례 총리를 지냈다. 9년 2개월의 총리 재임 기간은 이탈리아 전후 최장 기록이다. 그러나 총리로 있던 2010년 자신의 호화 별장에 미성년 매춘부를 불러들여 난잡한 섹스 파티를 벌인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등 각종 추문과 비리에 연루됐다. 지난 1월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으나 도덕성 문제로 지지를 받지 못하자 중도 포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