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유럽연합(EU)에 속한 21개국은 현재 러시아와 접한 나토의 동쪽 국가들에 2만2000명의 병력과 무기를 추가로 배치해, 러시아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미국과 이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탱크와 전투기를 파괴할 최신 휴대용 대(對)전차 미사일과 대공(對空)미사일, 우크라이나군의 주력 소총인 AK-47 등을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쏟아붓는다.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도 예외가 아니다. 폴란드는 아예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자랑스럽게 발표할 정도다. 프랑스도 무기 수송 의사를 밝혔지만, 지원 목록과 수량은 공개하지 않았다.<표 참조>

지원 국가(수량)비고
권총-소총벨기에 (소총 3000), 체코(권총 3만 정, 소총 7000정), 핀란드(소총 2500정), 그리스, 리투아니아, 포르투갈소련 시절부터 우크라이나 육군의 주력 소총인 AK-47형 위주
기관총체코(3000정), 이탈리아(M2 브라우닝 중기관총)
저격용 총체코(수십 정), 네덜란드(100정)
M-72 경(輕)대전차무기(LAW)벨기에(약200문), 덴마크(약 2700), 핀란드(약1500), 노르웨이(2000), 호주, 그리스
차세대 대전차무기(NLAW)핀란드(1500), 룩셈부르크(100), 스웨덴(5000), 영국(2000)Next-Generation Anti-Tank Weapon. 스웨덴 사브(Saab) 제조
84mm 무반동총캐나다(100), 호주스웨덴제 대전차 무기
판저파우스트-3 대전차무기독일(1000), 네덜란드(50), 이탈리아
FGM-48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미국(360기 이상), 영국, 호주,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FIM-92 스팅어 대공(對空)시스템덴마크(300), 독일(500), 네덜란드(200), 이탈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총 1000기 이상 지원
에스토니아(6), 이탈리아


◇ 러시아군 공세 강화에, 나토의 무기 지원도 ‘속도전’

우르술라 폰 데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유럽 안보와 국방은 지난 20년간 보다 지난 1주일새 더 많이 변모했다”고 말할 정도다. 서방의 이 같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놓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같은날 폴란드의 한 공군기지를 방문해 “나토 영토는 1인치까지 지켜내겠다”고 선언했다.

우르술라 폰데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일 유럽의회에서 "유럽의 안보, 국방은 지난 20년보다 지난 1주일새 더 많이 변했다"고 말하고 있다./신화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지역 거점 도시를 하나씩 점령하기 시작하면서, 나토의 무기 지원은 ‘속도전’이 됐다. 우크라이나군이 원하는 수요에 맞게, 얼마나 적시(適時)에 공급하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 푸틴, 가만히 있을까?

그러나 병력만 파병하지 않았지, 앞다퉈 러시아군을 살상(殺傷)할 무기를 대량으로 우크라이나로 보내는 나토와 중립국들을 푸틴이 어떻게 볼지는 다른 문제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나토의 행동은 러시아와 ‘간접적인 전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푸틴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에 선전포고하면서 “앞으로의 상황에 개입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국가들에게 몇마디 한다”며 “우리를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국가는 매우 즉각적인 러시아의 대응과 역사에 없었던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어, 핵무기 경계 명령까지 내렸다.

나토와 EU도 이를 의식해서, 나토‧EU 공식 창구가 아니라 개별 국가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공급한다. 심지어 미국과 영국의 무기 지원도 ‘국제 기부자 조율 센터’란 ‘황당한’ 이름의 채널을 통한다.

나토와 EU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량 지급하는 무기들. 러시아군 탱크와 전투기를 겨냥한 무기들이 주(主)를 이룬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저격용 총, 미 해병대의 M-72 경(輕)대전차무기, 독일의 판저파우스트3 대전차무기, FIM-92 스팅어 대공미사일,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대전차무기 NLAW /자료사진

그러나 이들 무기는 모두 러시아 병사는 물론 러시아 탱크와 전투기를 겨냥한 것들이다. 푸틴이 바보가 아닌 한, 이를 ‘나토’ ‘EU’와 무관하게 보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말콤 차머스 부소장은 뉴욕타임스에 “우크라이나 저항군을 지원해서 러시아를 혼내주는 것은 좋지만, 이를 강화할수록 푸틴의 대응이 어떠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미 백악관도 전쟁 중 무기 지원의 ‘적법성’ 논의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와 미 NBC 방송은 지난달 24일 “실제로 백악관에선 전쟁 당사국에 비(非)교전국인 미국이 계속 무기를 지원하는 것의 법적 문제를 놓고 몇차례 회의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전쟁 전에 우크라이나의 국방력 강화를 지원하는 것과, 러시아와 맞붙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한 패’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미국은 무기를 계속 지원하기로 했고. 다음날인 2월25일 최신 대전차 미사일인 재블린과 대공미사일인 스팅어를 포함한 3억5000만 달러 어치의 무기 공급을 승인했다.

◇ 무기 공급 차단하려는 러시아, 나토와 충돌할 수도

나토와 EU의 지속적인 무기 공급은 이를 차단하려는 러시아군 전투기의 공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 우크라이나 공군기를 추적하다가 러시아군 전투기가 나토 영공을 침범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5년 11월 24일, 시리아 내전에 참여한 러시아군의 Su-24 전투기가 터키 국경을 17초간 침범했다가 터키 방공망에 걸려 격추됐다. 당시 러시아는 시리아 영공 안쪽으로 1km 들어온 지점에서 격추됐다고 주장했지만, 터키는 단호했다. 이는 6‧25 전쟁 이후에 러시아 전투기가 나토 회원국에 격추된 최초의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