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침공의 책임을 독일·프랑스의 전직 지도자들에게 물었다. 과거 이들의 러시아 유화 정책이 이번 전쟁과 민간인 학살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판에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즉각 반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집단 학살이 보도된 지난 3일(현지 시각) 텔레그램 화상 연설을 통해 “이날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반대한 지 14년째 되는 날”이라고 했다. 이어 “나토 정치가들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거절하면 러시아를 달랠 수 있고, 이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오판했다”고 했다.
200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렸던 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러시아의 눈치를 보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한 일이 결국 최악의 학살, 고문 사태를 낳았다는 주장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05년 11월 취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막 취임한 직후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메르켈과 사르코지를 부차로 초대한다. 여기 와서 지난 14년간 러시아에 대해 유화 정책을 펼친 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다음날 메르켈 전 총리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당시 결정을 지금도 고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잔혹한 행위를 목격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야만적 행위를 끝내기 위한 정부와 국제사회의 모든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AFP통신은 “16년간 독일 총리를 지낸 메르켈은 한때 자유세계의 지도자로 칭송받았지만 최근 들어선 그의 업적이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러시아에서의 가스 수입을 늘리기 위해 ‘노르트 스트림-2′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를 발판으로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건설 과정부터 가스관을 반대해왔다. 지난 10년 간 독일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는 2014년 36%에서 55%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