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J 오스틴 국방장관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방문 일정은 철저한 비밀 속에 진행됐다. 특히 언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느냐는 결코 노출돼서는 안 되는 것이었고, 동행 기자들은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이 모두 끝난 뒤에야 보도하기로 사전에 합의했다.
CBS 방송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블링컨∙오스틴 두 장관 일행은 25일 오전 독일 람슈타인에 있는 나토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우크라이나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발도 하기 전에 계획이 바뀌었고, 두 장관 일행은 23일 토요일 이른 오전에 메릴랜드 주의 앤드류스 합동기지에서 C-17 수송기에 올랐다.
◇두 장관이 토요일 폴란드로 가고 있는데, 젤렌스키 “일요일 온다” 발표
첫목적지는 폴란드. 그러나 토요일 오후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미 국무∙국방 장관이 일요일(24일) 키이우에 도착한다”고 기자회견에서 즉흥적으로 발표해 버렸다. 젤렌스키의 발언이 있고 나자 기자들의 문의가 잇달았지만, 이미 1주일 이상 준비해 온 이번 여행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확인을 거부했다.
젤렌스키가 발표했을 때에, 두 장관은 9시간 걸리는 폴란드행 비행 시간의 절반쯤을 날고 있었다. 그러나 일정 노출은 펜타곤이 준비해 온 여러 긴급상황 발생 시 취할 ‘플랜 B’ 선택지 중에 있던 것이었고, 두 장관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폴란드에 일요일 이른 오전에 도착한 블링컨∙오스틴 일행은 차로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이동했다. 그 뒤 11시간 기차를 타고 키이우에 도착했다. 몇몇 보좌관과 3명의 기자가 동행했다. 뉴욕타임스는 “폴란드에 있는 미국 전술작전센터가 두 장관 일행의 우크라이나 위치를 분 단위로 추적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를 만나고 다시 기차로 월요일 오전 폴란드에 도착하기까지, 블링컨∙오스틴 두 장관 일행은 거의 48시간을 계속 이동했다. 폴란드에 있던 나머지 취재진은 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 폴란드 남부의 지명(地名)도 보안 상 이유로 공개할 수 없었다.
◇러시아, 두 장관이 우크라이나 떠나자 곧 서방의 군수∙구호품 통과 철도역 5곳 폭격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근처 폴란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스틴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약화돼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짓들을 다시 할 수 없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러시아는 이미 많은 병력과 군사적 능력을 상실했고,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러시아가 그 상실한 능력을 매우 신속하게 재생산하게 되는 것을 보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오스틴의 강력한 발언은 앞으로 젤렌스키가 러시아와 수개월에 걸쳐 협상을 할 경우, 협상 테이블에서 젤렌스키가 강력한 레버지리(leverage)를 갖도록 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두 장관이 나란히 서서 기자회견을 한 장소는 인도주의 물품과 소련 시절 디자인된 무기와 탄약들이 잔뜩 쌓여 있는 대형 창고 내부였다. 블링컨 장관은 “이 창고내 물품은 오늘 중 모두 우크라이나 내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두 장관이 근48시간의 ‘논스톱’ 일정을 마치고 폴란드로 돌아온 직후인 월요일 오전8시30분, 러시아는 한 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중부와 서부의 주요 철도역 5개를 집중 폭격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번 폭격이 카스피해 근처에서 발진한 TU-95 전략폭격기가 미사일 공격을 했으며, 난민들의 피난 통로이자 서방에서 오는 군수품∙구호물품의 통과 허브 중 한 곳인 서부 리비우에 떨어진 미사일 두 기 중 한 기는 우크라이나 대공시스템에 요격됐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