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가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 혐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40명이 넘는 대규모 조사팀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했다. 지난주 전쟁법 위반과 관련해 러시아군이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법원에 출석하는 등, 러시아의 전범 혐의에 대한 수사망이 점점 좁혀지는 모양새다.
17일(현지 시각) ICC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이날 “수사관·법의학 전문가·지원 인력 등 42명으로 구성된 팀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했다”며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ICC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반인류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근거가 있다”며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는데, 공식 팀을 꾸려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칸 검사장은 이번 파견이 “단일 현장 배치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강조하며 “증인 증언과 법의학 자료 등 향후 재판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증거들을 수집할 것”이라고 전했다.
칸 검사장은 “네덜란드 정부가 이번 임무를 위해 상당한 수의 전문가들을 파견했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당국과 함께 이미 우크라이나에 있는 프랑스 법의학 전문가들과도 협력할 것”이라며, 유럽연합(EU)과의 합동 수사가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ICC가 2002년 설립 이후 다른 나라와 합동 수사하는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키이우 지방법원에선 러시아 침공 직후였던 2월 우크라이나 수미에서 62세 남성을 살해한 러시아 육군 바딤 쉬시마린(21) 하사에 대한 심리(審理)가 열렸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쉬시마린 하사는 개전(開戰) 이후 전범 혐의를 두고 법원에 출석한 첫 러시아군이 됐다. 이날 그는 당시 범행이 “사격 명령을 받아 수행한 것”이었다며 민간인 사살 혐의를 시인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그가 “최대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개전 이후 러시아의 전쟁법 위반과 관련한 1만700여 건의 사건을 접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