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중부의 소도시 라퀼라(L’Aquila)를 방문하면서 교황이 ‘조기 사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이탈리아 가톨릭뉴스통신(CNA)이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라퀼라는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생존 중 사임한 첼레스티노 5세(1215~1296) 교황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사람의 눈에는 겸손한 사람이 약하고 패배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겸손한 사람만이 주님의 뜻을 알고 완전히 신뢰할 수 있기에 진정한 승자”라고 말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전용 헬기편으로 라퀼라를 방문했다. 교황은 ‘산타 마리아 디 콜레마지오’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신자들의 벌을 사면하는 대사(大赦)를 베풀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이번 미사에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인들과 최근 홍수로 인명 피해가 심한 파키스탄인들을 위로하는 한편,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지금까지 가톨릭에서 생존 중 사임한 교황은 첼레스티노 5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 등 2명뿐이다. 이 중 첼레스티노 5세는 1294년 즉위한 지 5개월 만에 사임했다. 짧은 재위 기간의 대표 업적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행한 ‘대사’의 전통이다.
베네딕토 16세도 2013년 건강상 이유로 교황직에서 사임했다. 첼레스티노 이후 두 번째이며, 719년 만의 교황 사임으로 신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CNA는 “베네딕토 교황은 사임 발표 4년 전인 2009년 라퀼라를 방문해 자신의 팔리움(교황과 대주교가 제의 위로 목과 어깨에 둘러 착용하는 양털 띠)을 벗어두고 갔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라퀼라 방문을 두고도 조기 사임을 앞둔 행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고 CNA는 전했다.
올해 85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령에다 올해 초부터 오른쪽 무릎 상태가 나빠져 그동안 꾸준히 조기 사임설이 제기됐다. 이번 라퀼라 방문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