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 발트해(海) 국가들을 겨냥해 배치했던 러시아 제6군의 3만 명 병력 중 80%을 빼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했다고, 미국의 외교ㆍ안보 저널인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겪은 막대한 병력 손실을 보충하기 위한 조치였다.
러시아는 또 이 곳에 위치한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상공을 지키는 S-300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시스템 일부도 철수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했다. 러시아는 이 지역에 지난 수십년간 3만 명의 지상군과 공수부대 병력을 배치해, 에스토니아ㆍ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를 위협해왔다.
발트해 국가의 한 국방 관리는 이 저널에 “러시아군이 가장 밀집했던 이 지역에서 지난 7개월간 진행된 러시아군 병력 축소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수십년간 우리를 상대했던 러시아 지상군 병력은 이제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물론 러시아 해군의 핵(核)으로 콜라 반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러시아 해군의 북방 함대와, 이 지역의 러시아 공군력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최근 핀란드 공영방송 YLE는 핀란드와 가까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한 이 지역에서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 발사시스템과 미사일이 사라진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YLE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에는 원형으로 모두 14개의 대공(對空)미사일 기지가 있지만, 네 군데는 비었다고 전했다. 핀란드의 한 군사전문가는 이 방송에 “제500 대공미사일 연대가 운영하던 발트해 지역의 한 미사일 기지는 완전히 비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러시아는 칼리닌그라드에 1만2000명, 발트해 국가들과 접한 서부 국경 지역에 1만8000명의 지상군과 공수부대를 배치했다. 또 수백 대의 탱크와 중무장 전투차량, 다연장로켓, 미사일 등을 이 지역에 배치했다. 그런데 이제 6000명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나머지 병력은 우크라이나 북동부 전선에 투입됐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점령했던 이곳의 최대 도시 하르키우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아르비다스 아누사우스카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은 포린폴리시에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러시아 전투력을 보강했던 대공 미사일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러시아로선 다른 곳에서 가져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계속 이 지역을 비워 둘 리는 없다. 당장 9월27일 체코가 발트해 국가인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승인해, 이제 두 나라는 30개 나토 회원국 중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승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에스토니아 외무부의 조나탄 브세비오브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모든 것을 걸면서, 우리 국경엔 러시아 정규군 병력이 없어 임박한 군사적 위협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위험한 세력”이라고 말했다. 발트 지역의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는 이 지역의 부족한 병력을 신병으로 채울 수도 있지만, 신병들은 훈련이나 장비 면에서 열악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아메리칸시큐리티 센터의 안보 전문가인 짐 타운센드도 이 저널에 “오늘날 발트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은 1년 전과는 다르다”면서도 “발트해의 소국(小國)으로선 러시아가 지금 헤맨다고 경계를 낮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