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1의 갑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2월말부터 우크라이나에 무료로 제공해온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의 서비스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미 국방부에 대신 지불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14일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동부 하르키우 주의 주요 도시인 이지움에 설치된 스타링크 수신 안테나. 일론 머스크는 14일 더 이상 무료로 자사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AFP 연합뉴스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지상 통신 네트워크가 파괴된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을 받아 지금까지 모두 2만여 대의 스타링크 수신 단말기(안테나)를 보냈다. 미국에서 서비스 이용료는 단말기 당 월 100~500달러이며, 단말기는 별도로 600달러 정도 한다. 일부 단말기 비용은 미국ㆍ영국ㆍ폴란드 정부 등이 지불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이 중 4000대의 단말기를 포격 지원 요청, 정찰 드론과의 데이터 전송 등 군 작전에 이용해 왔다. 현재 머스크의 스타링크 서비스는 통신 인프라가 완전히 파괴된 동부와 남부 전장(戰場)의 실지(失地) 탈환 작전에서 핵심적인 통신 수단이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군 참모총장은 지난 7월에도 머스크에게 서한을 보내 스타링크 서비스의 뛰어난 성능에 감사하며, 우크라이나 군과 정보기관을 위해 추가로 수신기 6200대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 매월 500대가량 전장에서 파괴되는 수신기의 교체 물량도 별도로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달 머스크의 스페이스X 사는 미 국방부(펜타곤)에 보낸 편지에서 “펜타곤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의 스타링크 사용 경비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모기업인) 스페이스 X는 더 이상 단말기를 추가로 제공하고 기존 단말기의 인터넷 접속에 따른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지난 8일 트위터에 “스페이스 X는 지금까지 스타링크 서비스료 8000만 달러를 부담해야 했지만, 연말까지 이는 1억 달러가 될 것이고, 내년에는 4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썼다.

CNN 방송이 이 같은 사실을 14일 처음 보도하자, 머스크는 트위터에 “스페이스X는 과거 비용을 받아내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무기한으로 기존 서비스도 무료 제공할 수는 없고, 가정용보다 데이터 용량이 최대 100배에 달하는 단말기를 앞으로도 수천 개 공짜로 보낼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수면에서 547㎞ 떨어진 우주 저궤도에 위치한 스타링크 통신 위성은 지상에 구축한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파괴하기가 어려워, 전쟁 중에는 통신 수단으로 매우 요긴하다.

한편, 스페이스X의 펜타곤 서한은 러시아의 스타링크 위성에 대한 암묵적인 위협 서한, 지난달말 일부 최전선에서 예고도 없이 스타링크 서비스가 두절된 시점 등과 공교롭게도 맞물려 있다.

주(駐)유엔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12일 유엔 총회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주에 배치된 민간ㆍ상업적 인프라를 군사 공격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우주의 평화적 사용을 명시한 ‘우주 조약’에 어긋날 수 있다”며 스타링크 위성들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가 스타링크 위성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자, 머스크는 "스타링크는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된다"고 반박했다./트위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일 “지난달 30일 남부의 헤르손과 자포리자, 동부의 하르키우ㆍ 도네츠크ㆍ 루한스크 등의 핵심적인 반격 최전선에서 스타링크가 예고 없이 갑자기 “재앙적 수준의 통신 두절”을 일으키면서, 탈환 작전 수행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는 전장에서 머스크의 통신 시스템이 갖게 된 비대한 역할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머스크가 ‘확전’을 피하고 ‘현상 유지’ 상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을 유도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통신 두절을 일으켰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머스크는 최근 현상 유지 상태에서 휴전하자고 제의해, 우크라이나 측의 비난을 샀다.

미카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솔직히 말해, 일론 머스크 덕분에 우리가 전쟁의 가장 엄중한 순간들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기업은 독자적인 전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이와 관련,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계속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 위성 서비스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전혀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