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지난달 29일 흑해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항구 인근에 있던 자국 전함을 우크라이나군이 7척의 해상 드론(원격 조종 무인 보트)과 9대의 공중 드론을 동원해 “대규모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이유로, 30일 그동안 허용했던 우크라이나산(産) 곡물의 흑해를 통한 수출을 또다시 중단 시켰다.
이와 관련, 트위터에는 29일 흑해에서 먼 거리에 있는 ‘큰 선박’을 향해 질주하는 우크라이나군의 해상 드론을 향해 헬기가 기총 소사하는 동영상과,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한 해상 드론이 한 선박을 향해 돌진하는 영상들이 게재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공격으로 흑해에 설치한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선(掃海船) 중 한 척이 “경미한 피해”를 입었다고만 밝혔다. 러시아군은 30일 발표에서 해상과 해안 방벽(防壁)에서 우크라이나군 해상 드론 파편을 수거했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 관리들도 익명을 조건으로, “이날 흑해 함대의 모항인 세바스토폴 해안에 있던 러시아 전함 근처에서 몇 건의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군은 이날 공격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다. 크림 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합병한 지역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1일 우크라이나 전황을 독자적으로 확인하는 민간 전문가 집단인 ‘지오컨펌드(GeoConfirmed)’의 동영상 분석과 미 군사전략가들을 인용해, “지난 수 개월 동안 해상 드론을 비롯한 서방의 군사 원조가 가속화하면서, 우크라이나 군이 원격 조종 무인 보트와 공중 드론을 결합해, 러시아 군 자산을 원거리에서 타격하는 복합 작전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전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날 트위터에는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한 해상 드론이 ‘큰 선박’을 향해 돌진하는 영상이 게재됐다.
민간 전문가 단체인 지오컨펌드(GeoConfirmed)는 이 드론의 공격을 받은 전함의 윤곽을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지난 4월 우크라이나 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격침한 모스크바 함을 대신해 기함(旗艦) 역할을 해오던 ‘마카로프 제독함’이라고 확인했다. 타깃 전함의 윤곽은 러시아 해군의 그로고로비치 제독함급(級) 호위함이며, 흑해 함대가 보유한 유일한 이 급의 호위함이 ‘마카로프 함’이라는 것이다.
또다른 영상에서는 멀리 있는 한 전함을 향해 질주하는 해상 드론 주변으로 러시아군 헬기가 쏜 총탄이 계속 쏟아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이 드론이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 타깃 선박은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함께 공격에 가세한 다른 해상 드론이 찍은 같은 장면의 동영상에서는 뭔가 폭발하는 순간이 잠시 나온다.
민간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 해상 드론의 크기는 속도를 높이고 적의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 카약이나 어뢰 크기인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과 독일 등 나토(NATO)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무인(無人)해상보트(USVㆍUnmanned Surface Vehicle)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4월 무인 해상 드론을 지원한다고 발표했고, 독일 국방부는 지난달 26일 해상 드론 2척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4월13일 제공되는 드론이 “분명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미국과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한 드론의 제원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한다. 미 국방부는 이번 공격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지난 9월에도 나토의 한 고위 관리는 이 원격 조종 보트가 “어뢰 사이즈”라고만 밝히고, 능력과 공급 국가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이날 공격한 해상 드론이 미국이 지난 1월부터 아라비아해에서 테스트 중인 것들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 해군은 태양광 에너지로 수십 일 항해할 수 있는 세일드론(Saildrone)과, 여러 척의 나노(nano) 드론을 퍼뜨리는 무인 쾌속정 등 여러 종류의 드론을 해상 테스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