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5일 독일 정부가 레오파르트 2 탱크, 미국이 31대의 에이브럼스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발표했을 때,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은 환영했다. 유럽에는 독일제 현대식 탱크인 레오파르트 2가 2000대가량 배치돼 있다. 독일 정부는 이 탱크를 보유한 유럽 국가들이 제3국(우크라이나)에 제공ㆍ판매하는 것도 승인했다.

디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1월30일 “12개국에서 탱크 연합이 결성돼, 첫 물결로 120~140대의 서방 모델 탱크가 온다”고 발표했었다. 이 140대는 미국의 브래들리 전투장갑차량(60대)와 같은 것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였다.

2월1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아우구스트도르프에 있는 독일연방군 탱크 여단에서 우크라이나로 보낼 레오파르트 2 탱크를 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9일까지도 NATO 회원국 대부분은 구체적인 시기와 대수를 약속하기를 미루고 있다. 또 독일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이행 약속한 나라가 제공하는 탱크의 대수도 매우 적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9일 NATO 회원국들에 “탱크 연합이 아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더 많은 국가들이 이 이니셔티브에 동참하길 바란다”며 “늦어도 올해 1분기 내에 탱크 1개 대대라도 보낼 수 있게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에서 1개 탱크 대대는 31대로 구성된다.

애초 독일은 EU(유럽연합)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레오파르트 2 탱크 100대 정도는 제공할 것으로 예상해, 2개 대대를 구성할 62대를 우선 보내려고 했다.

유럽 동맹국들이 미적거리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총공세에 맞설 수 있게 제때에 서방 탱크가 도착하겠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또 독일로서도 자국이 ‘규모 있게’ 레오파르트 2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사실상 유일한 나라가 됐다. 이는 ‘탱크 지원’을 둘러싸고 NATO 회원국들이 협의할 때부터 독일이 피하려고 했던 상황이었다. 독일은 NATO 동맹국들에게 이번 주 내로 구체적인 약속을 하라고 외교적 압박을 하고 있다.

◇ 러시아 1만2000대 vs. 우크라 2000대 탱크로 전쟁 시작

WSJ는 “유럽에서 제기되는 탱크 제공을 둘러싼 의혹은 NATO 국가들이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다른 나라에 제공할 수 있는, 전투 가능한 탱크 수가 의외로 적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영국은 주력 탱크인 챌린저 2를 158대, 프랑스는 르클레르 탱크를 222대 보유하고 있지만, 과연 이 중에서 얼마나 전투 태세를 갖춘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주력 탱크인 르클레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적은 없다.

작년 2월 러시아는 1만 2000대의 탱크를 보유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우크라이나 군에겐 약 2000대 탱크가 있었다.

◇ 지금까지 ‘약속’한 나라는 독일ㆍ폴란드ㆍ포르투갈ㆍ캐나다뿐

레오파르트 2 탱크를 보내겠다고 구체적인 약속을 한 나라는 지금까지는 독일(14대), 캐나다(4대), 포르투갈(3대)에 불과하다. 독일은 부품 예비용으로 5대의 레오파르트 2를 추가로 보낸다.

2월3일 우크라이나로 보낼 레오파르트 2A4 탱크가 캐나다 노바스코시아의 핼리팩스 공항에서 글로브마스터 III 수송기에 실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은 레오파르트 2A6 외에, 20여 년 전에 퇴역해 민간 군수기업이 보유한 178대의 레오파르트 1 탱크의 우크라이나 수출을 허락했다. 7일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독일의 외교적 압력에 밀려, 이 중 100대의 레오파르트 1 탱크의 구입 비용과 우크라이나 병사 훈련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낡은 소련제 탱크 60대와 숫자를 공개하지 않은 레오파르트 2 등 모두 74대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폴란드가 제공하겠다는 레오파르트 2는 우크라이나로 보내기 전에 부품을 구해야 하는데, 레오파르트 2에서도 오래된 모델이라 독일에서도 부품이 생산되지 않는다.

미국이 발표한 31대의 에이브럼스 탱크는 우크라이나 전장 도착까지 2년이 걸릴 수도 있다. 영국은 3월 말까지 14대의 챌린저 2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제공 의사’ 밝혀 놓고 ‘약속’ 미루는 까닭이...

1월25일 독일의 탱크 지원 발표가 있기 전, 덴마크ㆍ노르웨이ㆍ핀란드ㆍ스웨덴ㆍ벨기에ㆍ네덜란드ㆍ스페인 등도 모두 탱크 제공 의사를 밝혔었다.

스페인은 그러나 “우리가 레오파르트 2를 보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공하려고 하는 것의 대다수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벨기에는 “줄 탱크가 없다”고 했다.

핀란드는 현재 터키가 막고 있는 자국의 NATO 가입이 이뤄지고 나서 공식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 또 핀란드는 레오파르트 2 탱크를 240대 보유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1300㎞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어 제공하는 대수에 한계가 있다.

핀란드국제문제연구소의 민나 알란데르 연구원은 WSJ에 “유럽 국가 대부분은 덴마크(44대), 네덜란드(18대 독일에서 임차)처럼 탱크가 충분하지 않거나, 핀란드처럼 자국 수요 탓에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탱크를 둘러싼 EU 국가 간 대화가 길어질수록, 회원국 간 단합은 깨지고, 곧 러시아 공세를 맞는 우크라이나에겐 상황이 악화될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