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155㎜ 구경 견인포가 배치돼 있다./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군사 정찰용으로 띄운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 6개를 수도 키이우 상공에서 발견해 격추했다고 15일(현지 시각) 밝혔다. 미국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 풍선을 잇달아 격추하며 양국 갈등이 증폭된 가운데, 개전 1주년을 앞둔 우크라이나 전장에선 러시아가 정찰 풍선을 활용해 대공습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사령부는 이날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정찰 풍선 격추 사실을 전하며 “러시아가 우리의 방공망을 탐지하고 방공 대응력을 소진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올란-10′ 등 정찰용 무인기를 사용하는 횟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무인기 재고가 부족해 풍선을 정찰에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와 관련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는 전날 “우리 상공에서 기상 풍선과 유사한 러시아 측 비행체가 발견됐다”며 약 1시간 동안 영공을 폐쇄했다. 몰도바는 동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친러 세력이 장악해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부터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러시아는 정찰 풍선 투입 외에도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 지대를 중심으로 로켓포와 미사일 발사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러시아군이 14일에만 동부 전선에서 로켓포 공격을 70여 차례 감행했고, 남부 지역에는 민간 목표물을 겨냥한 다연장로켓(MLRS)을 68회 발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군은 오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앞두고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전투기와 헬리콥터 등을 다수 배치하고 있다. 보병 전력의 수적 우위로 지상전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도하려던 기존 전술에서 벗어나 공군력을 기반으로 대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군수 지원을 받아 반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상당한 차이를 만들고 주도권을 잡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러시아가 추가 병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지만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