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생리 휴가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16세 이상이라면 성전환을 했을 때 의학적 소견 없이도 법적인 성별을 바꿀 수 있게 됐다.

16일(현지 시각) AFP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페인 의회는 생리통을 겪는 직원에게 유급 병가를 허용하는 법안을 찬성 185표, 반대 154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생리통으로 근무가 어려운 여성 직원은 필요한 만큼 휴가를 갈 수 있게 됐다. 다른 병가와 마찬가지로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하고, 의사가 병가 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 최대 기간은 5일이며, 휴가는 고용주가 아니라 사회보장제도가 보장한다.

해당 입법을 추진한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은 “이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스페인 좌파 연정에 속한 진보 정당 포데모스 소속이다. 이날 스페인 의회에서 통과한 전향적인 법안들은 대부분 그가 추진해온 것이다.

다만 스페인 노동조합(UGT)이나 보수 성향 제1 야당 국민당(PP) 등은 이 법이 오히려 여성보다 남성 채용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여성에게 불리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AFP는 전 세계적으로 생리 휴가를 도입한 나라는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잠비아 등 소수라고 전했다.

스페인 의회는 또 성전환자가 16세 이상이라면 전문가 소견 없이도 법적인 성을 정정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성전환자가 법적인 성별을 바꾸려면 성별 위화감을 겪고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여러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만 했는데 이런 조건이 사라진 것이다.

부모 동의 없이 낙태가 가능한 임신부의 나이는 18세 이상에서 16세 이상으로 낮아진다. 스페인 의회는 또 생리 용품을 학교와 교도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