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 불레다르에서 지난 3주 간 러시아 침공 이래 최대 규모의 탱크전이 전개됐으며, 이 3주 간의 전투에서 130대 이상의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량이 파괴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 탱크들은 러시아 탱크들이 오는 비포장도로 주변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 위장막을 치고 매복했다. 또 도로 주변 들판에는 지뢰를 매설해,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량들이 이 도로로만 지나게끔 유도했다.
NYT는 “러시아군은 정예부대들이 초기 전투에서 패배한 뒤 숙련된 탱크 지휘관들이 부족하다”며 “우크라이나군은 탱크를 조종하도록 임무가 바뀐 러시아군 의무병을 생포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2차 대전 때 나치 독일에 대한 승리를 상기하며, 지난 수십년간 탱크전을 강조하고 신화(神話)화했다. 우랄 산맥에 위치한 공장들은 수천 대의 탱크를 생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은 NYT에 “러시아군은 지난 주까지 불레다르에서 너무 많은 탱크를 잃자, 전술을 바꿔 보병 공격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대표적인 전술은 러시아군 탱크가 이용하는 도로들을 찾아낸 뒤 숨어서 기다렸다가 기습하는 것이었다. 불레다르 주변 들판에는 우크라이나군의 지뢰와 포격, 대전차 미사일에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들이 널브러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이용하는 도로에 킬존(kill zone)을 설치하고, 도로 주변에는 지뢰를 매설했다. 그리고 도로에서 떨어진 들판의 나무숲에서 미제(美製) 적외선 유도 대전차 미사일인 재블린과 우크라이나군의 레이저 유도 스투그나-P 미사일로 무장하고, 러시아군 탱크의 킬존 진입을 기다렸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시작되면, 당황한 러시아 탱크가 돌아서려고 하면서 탱크 대열은 가장 취약해진다. 러시아군 탱크는 지뢰가 매설된 도로 갓길로 돌아서려다가 폭파됐고, 이어 대열의 속도를 늦추는 장애물이 됐다.
그 시점에선 우크라이나군 대포가 포문을 열어 더 많은 탱크를 파괴하면서 혼돈과 폭발의 현장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군 탱크도 러시아군 탱크나 장갑차가 피해서 이동할 수 있는 도로 범위 내에서 매복한다.
러시아군 탱크에 대한 공격에는 재블린 외에도, 미국의 하이마스(HIMARS) 다연장로켓 시스템과 M777 155㎜ 곡사포, 프랑스의 시저 곡사포 등 다른 서방 지원 무기들도 동원된다. 하이마스는 일반적으로 탄약고나 병영과 같이 고정된 목표물을 공격하지만, 발이 묶인 러시아군 탱크 대열을 공격하는 데에도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탱크는 또 러시아 탱크의 반격 포탄이 닿지 않는 범위에서, 러시아 탱크의 좌표값을 드론으로부터 무선으로 받아 포격하기도 한다.
NYT는 “우크라이나군도 숙련된 병사들을 잃고 신병들로 대체하고 있으며, 많은 전차병이 영국과 독일 같은 나라에서 서방 탱크에 대한 훈련 교육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3주 간의 탱크전에서 얼마나 많은 자국 탱크가 파괴됐는지 밝히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탱크를 지휘하는 한 병사는 “러시아 전차병들이 킬존에 일단 들어서면, 살아서 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그들이 잘못한 것은 애초 우크라이나에 왔다는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