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9일 우크라이나 전역을 겨냥해, 모두 84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중 34대를 요격하는데 성공했고, 러시아 미사일 47기가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날 미사일 공격은 1월 말 이후 최대 규모였다. 특이한 것은 러시아가 ‘무적(無敵)’이라고 주장하는 킨잘(Kinzhal) 극초음속(hypersonic) 크루즈 미사일 6기가 또다시 공격에 동원됐다는 점이다. 킨잘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3월에 처음 발사됐고, 이후 5월과 8월에도 발사됐다. 그러나 6기가 한꺼번에 공격에 가담한 것은 처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8년 국정연설에서 Kh-47M2 킨잘(Kinzhal)을 공개하면서 “러시아가 보유한 무적의 무기 6개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당시 푸틴은 핵탄두를 장착한 킨잘이 미국 플로리다주에 떨어지는 컴퓨터 그래픽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로 ‘단검(dagger)’라는 뜻인 킨잘은 원래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탄도 미사일처럼 미리 정해진 아치(arch)형 궤도를 날지 않고, 탄도 미사일보다 훨씬 낮은 20㎞ 고도에서 음속의 10배가 넘는 시속 1만2350㎞로 날면서 항로를 변경할 수 있다. 따라서 방어하는 쪽에선 이 미사일의 최종 타격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사정거리 2000㎞에, 핵과 재래식 탄두 모두 탑재할 수 있다. 킨잘은 러시아가 지상 발사 미사일로 개발한 이스칸데르를 공중에서 발사할 수 있게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작년 3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킨잘을 처음 발사했고, 지난 6일에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오데사 공격에서 러시아 폭격기가 3기를 발사했다. 작년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킨잘을 처음 발사했을 때에 “막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무기로, 막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우크라이나군은 9일 이전까지 러시아가 킨잘을 50기 정도 보유한 것으로 파악했었다. 따라서 보유량의 10분의1 이상을 동원한 까닭에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군은 9일 이전까지, 러시아의 구형(舊型) 크루즈 미사일의 경우 예상 항로를 따라 견착식 대공 미사일로 무장한 병력을 사전에 배치하는 등의 전술을 통해, 약 70% 요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9일 공격은 킨잘이 6기나 동원되면서, 우크라이나의 이날 미사일 요격 성공률은 40%로 떨어졌다. 러시아는 또 지상 공격에 쓸 수 있도록 탄도 미사일로 개조한 S-300 지대공 미사일을 비롯해 9종의 탄도ㆍ크루즈 미사일을 동원했다. 개조한 S-300 미사일은 타격의 정밀도는 크게 떨어지지만, 민간인들에게 공포를 줄 수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의 유리 이나트 대변인은 “러시아가 타격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킨잘을 사용하고, 순항미사일보다 탄도 미사일을 더 많이 발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방이 제공을 약속했던 첨단 방공시스템이 신속하게 도착하면, 킨잘과 같이 변형된 탄도 비행을 하는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패트리어트가 킨잘을 요격할 수 있을지는 실전에 배치돼 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8일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스템 훈련이 진행 중이며, “곧”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작년 12월 그동안 훈련ㆍ교육에 오랜 기간이 걸려 제공을 꺼리던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제공을 승인했다. 그러자 푸틴은 패트리어트를 겨냥해 “꽤 낡은 시스템”이라며 당연히 러시아 미사일의 파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작년 3월 러시아가 처음 킨잘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동원했을 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당시 CBS 방송 인터뷰에서 “킨잘이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9일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킨잘 사용은 과잉 공격(overkill)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세력을 협박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러시아의 재래식 미사일 재고가 낮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