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일부는 생산된 지 70년도 넘은 T-54, T-55 전차를 극동의 전차 수리ㆍ보관 기지에서 꺼내 러시아 서쪽으로 수송하고 있다고, 조지아에 위치한 한 오픈소스 분석팀이 22일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부 탱크는 스탈린 시절(1953년 사망)의 소련에서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본부를 둔 분쟁정보팀(Conflict Intelligence TeamㆍCIT)은 최근 입수한, 1950년대 후반 소련의 주력 전차였던 T-54와 T-55가 러시아 극동 연해주인 프리모르스키 지방의 아르세니예프에서 열차에 실려 서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된 사진을 공개했다. 아르세니예프는 러시아의 제1295 중앙 전차 수리ㆍ보관기지가 위치한 곳이다. T-54는 1940년대 후반에 배치되기 시작한 전차이며, 러시아는 전후에 약 10만 대의 T-54, 55 전차를 생산했다.
CIT의 보고서는 “이 전차들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러시아군의 전차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작년 10월에는 아르세니예프의 전차 보관기지에서 T-62M 전차들이 기차에 실려 서쪽으로 향하는 것이 포착됐다. T-62M 전차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동원돼 상당수가 파괴됐다. 1965년부터 배치된 T-62M은 T-54/55 전차의 후속 모델이었다.
T-54,55와 같이 일부 생산연도가 70년도 더 된 전차가 보관 기지에서 나와 수송되는 것이 포착되기는 처음이다. T-54 전차는 1956년 헝가리 혁명 진압과 베트남 전쟁 때 동원됐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우크라이나가 독일의 레오파르트 2와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전차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T-54 시리즈 탱크와 같이 특히 오래된 탱크를 사용하는 것은 러시아가 처한 곤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작년에도 러시아의 정예 부대가 1961년에 도입된 T-62 전차를 운용하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CIT는 “오래된 탱크라도 없는 것보다는 유용하지만, 조준경도 원시적이고 주포 안정화 시스템도 열악하고, 거리 측정기와 탄도 계산기, 사격통제 시스템도 없는 것이 T-54, 55 시리즈의 주요 단점”이라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 DC의 전쟁연구소(ISW)도 22일 “러시아는 양측 소모전에서 우크라이나의 대(對)전차 무기보다 싼 이런 낡은 탱크들을 희생시켜서 소모전을 자국에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고 판단할지 모르지만, 전차가 파괴되면 전차병까지 잃게 돼 러시아에게 유리한 자원 소모 비율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현대적인 장갑(裝甲) 능력도 갖추지 못하고 작은 포를 장착한 이런 낡은 전차들을 배치하면 러시아군에 더 막대한 사상자만 초래해 러시아군 전력을 더욱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한편 네덜란드의 오픈소스 그룹인 오릭스(Oryx)는 22일 현재 러시아가 T-90 57대, T-80 448대를 포함해 지금까지 1700여 대의 전차를 잃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러시아군이 보유하고 있던 작전 가능한 전차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한다. 반면에, 우크라이나군의 전차 손실은 500대가량으로 추정됐다.
영국 런던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 2월 러시아군의 전차 손실이 2000대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