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해커 집단이 작년 3월 수백 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던 마리우폴 극장 폭격을 주도했던 러시아 공군 비행연대 조종사들의 아내들에게 접근해 남편의 ‘사기 진작’을 위한 달력 사진을 찍게 했다. 또 해킹에서 습득한, 민간인 폭격에 가담한 조종사들의 이름과 계급, 연락처, 주소, 여권 번호, 관련 군사기밀 등을 확보해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넘겼다고 밝혔다.
작년 3월16일 세르게이 발레리비치 아트로셴코(42) 대령이 지휘하는 러시아의 정예 제960 공격항공연대 조종사들은 민간인 1300명이 피신해 있던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시 마리우폴 극장을 폭격했다. 이 폭격으로 600명 가까운 희생자가 나왔다. 또 작년 3월9일에는 이 도시의 산부인과 병원을 폭격해 신생아를 포함해 4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의 오픈소스(open source) 언론 단체인 ‘인폼 네이팜(Inform Napalm)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해커집단인 ‘사이버 저항군(Cyber Resistance)’은 이 항공연대 지휘관인 아트로셴코의 이메일을 해킹해 지난 수개월 모니터했다.
‘사이버 저항군’은 삭제되지 않고 누적된 그의 수많은 이메일을 검토했고, 추가 확인을 통해 확보한 그의 집과 부대 위치, 신상 정보를 ‘인폼 네이팜’과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심지어 2022년 3월~2023년 2월 그가 받은 월급 내역서도 있었다.
이 해커 집단은 또 그의 지휘를 받는 부하 장교들에 대한 정보와, 각종 작전 문서, 부하 장교 평가기록, 전술 관련 매뉴얼 등을 확보했다. ‘사이버 저항군’은 아트로셴코 대령의 이메일 목록을 검색하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그러나 ‘사이버 저항군’은 이번에 모든 자료를 다 공개하지는 않았고, 앞으로 계속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사이버 저항군’은 또 아르로셴코의 이메일 수신 목록에서 그의 아내 릴리아(41)가 보낸 야한 사진들도 발견했다고 한다. 해커 집단은 이 중에서 “그래도 뭘 걸치고 있는 사진” 2장을 공개했다.
‘사이버 저항군’은 동시에 릴리아에게 남편이 근무하는 부대의 공보 장교를 사칭해 접근했다. 아트로셴코 대령과 부하 조종사들에게 사기 진작용으로 애국적인 ‘깜짝 사진’을 보내려고 하니, 부하 조종사 아내들을 모아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사진은 대중에 공개되는 것이 아니고, 남편들에게 보내는 ‘가족 소장용’이라고 했다.
릴리아는 당연히 남편 부대의 장교와 연락한다고 생각했다. 러시아 아조프해 인근 크라스노다르 주에 있는 프리모르스코-아크타르스크의 공군기지에서, 남편의 부하 조종사 11명의 아내들과 함께 지상전투기 SU-25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3월16일 ‘사이버 저항군’에 보내왔다고 한다. 사진 속에서 조종사 아내들은 훈장이 달린 남편 조종사들의 군복 상의를 입었다. 10명은 하이힐을 신었고, 일부는 짧은 스커트를 입었다. 아내들은 또 개별 사진도 찍어 보냈다.
사이버 저항군은 “러시아 공군 조종사들은 사진 촬영도 매우 신중하고 소셜미디어도 안 하는데, 릴리아가 큰 도움을 줘서 각각의 여성과 남편의 이름, 개인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릴리아는 또 우크라이나 해커들에게 활주로와 전투기 등 이 기지를 광각(廣角)으로 찍은 사진들로 보내왔다고 한다.
‘사이버 저항군’ 측은 이 부대의 작전 계획 문서와 러시아 공군의 수색 매뉴얼, 항공 통제 절차 , 16쪽짜리 러시아 공군의 NATO 전투기 요격 능력 강화 방안 등의 서류를 입수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군에 넘겨줬다고 밝혔다. ‘사이버 저항군’은 또 이 부대의 장교들이 아내들과 함께 찍은 새해 사진도 ‘맛보기’로 소개했으나, 이는 다음 번에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