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 시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벨라루스 최고 국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있다. /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봄철 대공세를 위해 2차 동원령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러시아 국민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징병통지를 전자화해 병역 회피를 원천 차단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14일(현지 시각) AP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은 소집 대상 징집병과 예비군에게 징병 통지서를 보낼 때 우편뿐만 아니라 전자로 발급하는 것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의 전자 서비스 포털에 징병 통지서가 게시되면 병역 대상자가 직접 징병 통지서를 받지 않아도 효력이 생긴 것으로 간주한다. 징병에 응하지 않으면 출국이 금지되고, 운전면허가 정지되며, 아파트 등 자산을 팔 수 없게 된다.

이 법안은 기존 징병 통지서를 우편으로만 전달하던 법안의 허점을 보완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등록된 주소지에 살지 않는 사람은 징집을 피할 수 있었다.

실제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예비군 30만 동원령을 내렸을 때 수십만명의 러시아 남성은 러시아를 빠져나가려 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AP통신은 이번 법안 제정 과정이 매우 신속했던 점을 들며 지난해 9월에 이은 추가 동원령이 발령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도 러시아 국민들이 징병 회피를 봉쇄하는 이번 법안을 2차 동원의 전조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지난 11일 러시아 두마(하원)를, 12일 상원을 통과하는 등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에선 봄철 대격전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난 2월 1주년을 맞이하자 지지부진한 전황을 타개하기 위해 양국 모두 봄철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전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 비판적인 논객들과 인권 운동가들은 이번 법 제정이 ‘디지털 수감시설’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러시아 정부는 동원령 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9월 부분 동원령 당시 있었던 혼란을 줄이고 징집 시스템을 효율적이고 현대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