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자국을 방문해 중재에 나선 중국 특사를 향해 “영토 상실이나 현 상태 동결을 포함한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1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키이우에서 리후이(李輝)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양측 회동 후 성명을 통해 “쿨레바 장관은 리 특별대표에게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존중을 토대로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평화를 복원하는 원칙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고도 했다. 침공으로 빼앗긴 영토를 반드시 수복할 것이며, ‘우크라이나 일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중단’ 등 러시아의 무리한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16~17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리 특별대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만났다. 리 특별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인프라부·에너지부·국방부 등과 연쇄 회동에서 “위기 해소에 만병통치약은 없다”며 “각 측이 자신부터 시작해서 상호 신뢰를 쌓고, 정전 및 평화회담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이에 우크라이나 측은 “중국이 종전과 평화 회복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리 특별대표는 폴란드, 프랑스, 독일, 러시아도 차례로 찾을 예정이다.
서방 외신들은 “중국이 중재 과정에서 ‘침공’이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등 러시아를 대리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지난 10일 주중 외국 대사관과 국제기구 대표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건물의) 외벽을 이용해 정치적인 선전을 하는 것을 중단하고 국가 간 다툼을 일으키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경고했다. 대사관 등이 우크라이나와 연대를 담은 문구를 내걸자 문제 삼은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6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처음 통화하고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해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