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켰다 하루 만에 철회한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이 안전을 보장받고 27일(현지 시각) 벨라루스에 도착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살해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이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자국 국영 언론을 통해 푸틴과 프리고진 사이의 중재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앞서 바그너그룹은 중재안에 따라 러시아군 편입, 제대, 벨라루스행이라는 3가지 선택지를 제시받았고, 벨라루스행을 선택했다.
루카셴코는 “푸틴이 프리고진을 살해하려 했지만 ‘나쁜 평화가 어떤 전쟁보다 낫다’며 성급한 대응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며 “프리고진에게 전화를 걸어 푸틴이 당신을 ‘벌레처럼 짓밟으려 한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푸틴은 대외적으로 프리고진에 대해 처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속내에선 그를 처단하려했다는 것이다.
푸틴은 반란 철회 다음날인 26일 전국에 중계된 TV 연설에서 “무장 반란은 어떤 경우든 진압됐을 것”이라며 “나는 사태 발생 초기부터 ‘대규모 유혈 사태를 피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른 대응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를 저지른 이들이 정신을 차리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프리고진의 반란군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 무혈 입성하고, 만 하루 만에 모스크바 턱밑까지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는 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