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뉴스 메인 앵커 휴 에드워즈./로이터 뉴스1

휴 헤드워즈(61)는 2003년부터 영국 BBC 방송의 대표 뉴스 프로그램인 BBC 원(One)의 밤 10시 뉴스(News at Ten)에서 메인 앵커로 활약해온 BBC 뉴스의 ‘얼굴’과 같은 인물이다. 작년 9월 8일 BBC 화면에 나와서 “런던의 BBC 뉴스입니다. 버킹엄 궁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폐하가 서거했다고 발표했습니다”라고 최초의 여왕 사망을 알린 사람도 그였다.

이 뿐 아니라, 10일 동안 진행된 여왕의 국장(國葬), 찰스 3세의 대관식, 2012년 런던 올림픽의 개ㆍ폐회식, 왕실의 주요 결혼식, 영국의 현충일 행사, 총선 결과 등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를 매일 수 백만 명에 달하는 BBC 영국인 시청자들에게 알린 사람은 모두 에드워즈였다. 007 영화 시리즈 ‘스카이폴(Skyfall)’에서 뉴스 앵커가 제임스 본드가 살해됐다는 뉴스를 전할 때 카메오로 등장한 사람도 그였다.

영화 007 시리즈의 스카이폴에 카메오로 출연해, 제임스 본드의 피살 사실을 알리는 BBC 방송의 대표 앵커인 휴 에드워즈/스크린샷

이런 그가 지난 5일간 BBC 방송의 한 뉴스 진행자(presenter)를 둘러싼 성 추문 사건의 중심에 휩싸였다.

지난 7일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인 선(Sun)은 1면 기사로 “BBC의 한 뉴스 프리젠터가 현재 20세 된 젊은이로부터 수 년 간 성적으로 노골적인 사진을 요구하고 수천 파운드를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뉴스 앵커의 이름도, 젊은이의 성별(性別)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영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선 ‘이 뉴스 앵커가 누구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BBC의 다른 유명 남성 앵커들이 줄줄이 자신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BBC는 해당 앵커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9일 그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추측 게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런던 경찰은 12일 “이 앵커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더 이상의 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 앵커의 아내가 성명을 냈다. 바로 에드워즈의 아내 비키 플린드였다. 비키 플린드는 “남편 휴는 지난 6일 BBC로부터 자신에 대한 비난 주장이 접수됐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며 “알다시피 수년 간 우울증을 앓아온 남편은 현재 정신적으로 심각한 건강 상태로 인해 입원 중이며, 회복하는 대로 직접 답변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플린드는 또 “남편은 또 너무 많은 동료들이 최근의 추측 보도로 인해 영향을 받은 것에 대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이 성명을 통해 이런 추측도 종식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아내 비키가 영국에서 매우 존경받는 유명 TV 프로듀서로, 일반적인 관행과는 달리 결혼 후에도 자신의 미혼 시절 성(姓)을 유지할 정도도 독립적이라고 보도했다. 남편 휴와는 서로 BBC 초년 시절에 만났으며, 5명의 자녀를 뒀다.

지난 20년간 BBC방송의 대표 뉴스 앵커였던 휴 에드워즈와 그의 아내 비키 플린드/자료사진

경찰이 ‘범죄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해서, 이 BBC 뉴스의 ‘얼굴’인 휴 에드어즈의 체면이 살아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17세의 한 젊은이로부터 그가 최근 20세가 될 때까지 신체 노출이 심한 사진들을 꾸준히 받았고, 거액을 준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경찰이 ‘증거 없음’ 결론을 내리고 아내가 성명을 낸 12일에, 추가로 에드워즈에 대한 여러 건의 BBC 직장 내 성희롱 신고도 접수됐다. 피해자들의 성별은 공개되지 않았다. BBC는 경찰 결론과 관계없이, 자체 내부 조사를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TV를 갖고 있는 가구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국영 방송 BBC의 늑장 대응도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애초 신체 노출 사진을 제공한 젊은이의 어머니는 지난 5월 BBC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했다.

“아이가 모두 3만5000파운드(약 5800만 원) 가량의 돈을 받았고, 종종 500파운드와 같이 큰 돈도 한 번에 받았다”며 “밖에 나가 놀기 좋아하던 아이는 수 년 새 그 돈으로 마약 중독자가 됐다”고 BBC에 밝혔다. 그러나 BBC는 당시 조사에서 ‘범죄성’이 없다며, 에드워즈에 대한 징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에드워즈는 한때 연봉이 55만 파운드(약 9억12000만 원) 이상이었지만, 남녀간 임금 차이 해소를 위해서 6년 전에 자진해서 20% 삭감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가장 최신 공개 자료에 따르면, 연봉은 43만5000만 파운드(약 7억2180만 원)이지만, 이밖에 매달 강연료로 최대 2만5000 파운드(약 4100만 원)를 버는 것으로 집계된다고 보도했다.

한편, BBC 방송은 지난 수개월간 에드워즈의 신분을 숨긴 것과 관련해서, “사실 BBC뿐 아니라 영국 언론은 해당 인물이 누구라는 것을 짐작했지만, ‘표현의 자유’가 수정헌법 1조로 보장된 미국과 달리 영국에는 피의자가 기소되기 전에는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즉, 작년에 영국 대법원은 기소되기 전 수사를 받는 단계에선 피의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판결했고, 또 피해자 측의 ‘악의적인 거짓말’로 피의자가 명성에 타격을 받지 않게 명예훼손 관련 법률도 피의자의 신분을 일정 기간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더 타임스는 “이제 휴 에드워즈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죽음을 전세계에 알렸던 뉴스 앵커에서, BBC를 둘러싼 최신 추문의 주인공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