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방부 소속 군 정보기관(HUR MO) 수장인 키릴로 부다노프 준장은 13일 ‘우크라이나의 소리(Voice of Ukraine)’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이미 한 달 반쯤 전부터 로켓탄을 비롯해 북한제 무기를 공급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다노프는 “한 달 반 전에 양국 간 협정이 맺어졌고, 북한으로부터의 무기 수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는 7월27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6ㆍ25 전쟁 휴전 70주년을 맞아 방북해서 북한에 무기ㆍ포탄 공급을 요청한 시기와 맞물린다.
이에 앞서,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대변인은 이미 작년 말에 “북한이 우크라이나 동부의 바흐무트 탈환에 나선 바그너 용병그룹에 로켓과 미사일을 팔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러시아의 연간 포탄 생산 능력은 100만~200만 탄이지만, 러시아군은 작년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작년 한 해에만 1000만~1100만 탄을 소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무기고의 일부는 노후했고,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월28일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자포리자 전선에서 러시아에 전달되기 전에 ‘우방국들’을 통해 입수한 북한제 122㎜ 포탄을 ‘그라드(GRAD) 다연장발사시스템에 장착해 되레 러시아군을 공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루슬란이란 이름의 우크라이나군 포병 지휘관은 FT에 “북한제 포탄은 대부분 1980년대, 1990년대에 제조된 것이고, 불발률이 높아서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 그라드 다연장로켓 발사 요원은 FT 기자에게 “포탄의 신뢰성이 매우 낮아 가끔 미친 짓을 하니까, 발사대 근처에 근접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그라드는 122㎜ 포탄을 20초 내에 최대 40발을 쏠 수 있는 다연장발사시스템(MLRS)으로, 트럭 차대에 장착된 자주포(自走砲)다. AK-47 소총만큼이나 보편적으로 사용돼, 북한과 러시아군, 우크라이나군이 모두 그라드 로켓발사대를 사용한다.
루슬란 포병지휘관은 FT에 “북한제 포탄의 신뢰성 이슈에도 불구하고, 이것이라도 쓸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우리는 손에 들어오는 모든 포탄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제 포탄의 획득 경로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리들은 “전차, 장갑차처럼 러시아군으로 노획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전장의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은 “러시아로 전달되기 전에, ‘우방국들’을 통해서 입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지금까지 전차 2000대, 장갑차 4000대, 항공기 100대 이상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27만 명의 러시아 군인이 죽거나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