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과거 자신이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2%’라는 최소 기준을 못 맞추는 나라는 “보호하지도 않고, 러시아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부추기겠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그러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2일 “동맹국들끼리 서로 지켜주지 않겠다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독일 외교부도 소셜미디어 X에 “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One for all and all for one), 이 나토의 신조가 9억5000만여 명을 안전하게 지킨다”라고 비판했다.

나토 회원국의 GDP 대비 국방예산 비율. 2014년과 2023년(추정) 비교. 연두색 선이 'GDP 대비 2%' 가이드라인이다. /나토

현재 나토에서 ‘GDP 대비 2%’ 기준을 지키는 나라는 11개국이다. 주로 우크라이나ㆍ러시아ㆍ벨라루스와 인접한 나토의 동쪽에 위치한 국가들로, 폴란드ㆍ루마니아ㆍ헝가리ㆍ핀란드ㆍ발트해 3국(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ㆍ에스토니아) 등이다.

이 중에서, 폴란드의 국방비는 작년에 GDP 대비 3.9%로, 나토 회원국 중에서 유일하게 미국(3.49%)보다 높았다. 올해 국방비(약300억 달러)는 GDP의 4.2%에 해당한다(*폴란드보다 국방비가 1.5배 많은 한국 국방예산은 GDP의 2.7%다).

인구가 3775만 명인 폴란드는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육군 병력이 9만5000명에서 20만 명으로 불어났고, 30만 명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되면, 폴란드는 유럽의 나토 국가 중에서 최대 규모의 지상군을 보유하게 된다.

작년 8월16일, 1920년 바르샤바 전투에서 소련의 붉은군대를 격파한 것을 기념하는 전승 군 퍼레이드에서 K2 흑표 전차와 K9 자주포 등이 등장하고 있다. /트위터

보유 무기도 모두 1600대의 전차를 보유하는 것이 목표로, 이 중 한국산이 1000대에 달한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폴란드의 전차 보유 대수는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스페인 이탈리아를 합친 것보다 많게 된다.

폴란드군 현대화와 개혁의 입안자는 2018년부터 작년 말까지 국방장관을 지냈던 마리우시 브와슈차크(현재 하원의원). 브와슈차크 전 장관은 11일 영국 더 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에겐 러시아를 저지할 수 있는 시간이 3년밖에 없다”고 말했다.

작년에 나온 독일의 한 씽크탱크 보고서는 “앞으로 6~10년 내 나토는 러시아의 무력 침공에 대비하는 태세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브와슈차크는 “이 보고서는 불행하게도 미국에서 그간 나온 분석과 일치하는 것으로 너무 낙관적”이라며 “나토의 동부 전선을 차지하는 국가들에겐 3년의 여유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군수산업은 1일 3교대로 가동돼, 앞으로 3년이면 그간 소진된 군사 장비를 재건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브와슈차크는 “강력한 억지력을 갖춰, 푸틴이 폴란드를 침공할 생각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4월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당시 실권자였던 폴란드의 레흐 카친스키 전 대통령은 2008년 러시아가 카프카스 산맥의 조지아를 침공하자 “오늘은 조지아, 내일은 우크라이나, 모레는 발트해 3국이오. 그 다음에는 우리 차례가 오겠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브와슈차크가 이끈 폴란드 군비 증강은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하나는 미국과 한 몸이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무기의 양ㆍ규모를 확보하는 것이다.

전자(前者)와 관련해선, 작년 12월15일부터 폴란드 북부에 이란과 러시아의 미사일을 방어할 미군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들어섰다. 또 작년 3월부터는 폴란드 남부 코즈나뉴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폴란드는 366대의 M1 에이브럼스 전차, 486대의 하이마스(HIMARS) 다연장 로켓 시스템, 32기 이상의 F-35 전투기를 미국에 주문했다. F-35는 올해부터 인도된다.

그러나 폴란드 군개혁이 더 강조하는 것은 ‘규모’다. 나토의 서방회원국들이 값비싼 최첨단 시스템에 돈을 쏟는 반면에,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훨씬 전부터 유럽 대륙에서 벌어지는 지상전은 ‘누가 더 많은 규모의 무기와 병력을 갖고 있느냐’의 게임이라고 판단했다.

브와슈차크는 “전문가를 자처한 많은 이가 앞으로 현대전은 사이버 스페이스나 경(輕)보병, 무인(無人)시스템으로 전개된다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장(戰場) 현실이 보여주듯이 그들은 틀렸다. 지상군은 여전히 군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