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 연합뉴스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약 패배를 수용하게 되면 퇴임 전에 다른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과 주변인들 사면에 힘쓸 것이라고 12일(현지 시각) 미국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부여된 방대한 사면권을 행사해 선거캠프 직원부터 그의 가족, 그 자신의 법적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현직 관료들의 말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소송전으로 선거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사면을 준비하는 첫번째 단계, 시간 벌이에 성공했다. 그가 사면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은 주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했던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로버트 뮐러 특검의 조사와 관련된 사람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을 위해 러시아와 접촉해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관건은 트럼프가 현재 주 검찰에 의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뿐만 아니라 퇴임 후 연방 검사가 조사할 자신의 사업과 재정에 대한 광범위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 여부다. 한 전직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부터 자신을 ‘셀프 사면’할 수 있는지를 보좌진에게 물어왔다고 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조선DB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도 사면이 가능한지, 또 앞으로 기소될 수 있는 사건에 대해서 선제적 사면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물은 적 있다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그가 대통령에게 사면권이 있다는 것에 대해 알게되자, 그는 해당 권력에 집착했다”며 “사면권이 그 자신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권은 연방 범죄에만 적용된다. 현재 뉴욕 맨해튼 지검이 수사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 및 보험사기, 탈세 등의 의혹은 사면권 행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트럼프 전 보좌관들 사이에서도 트럼프가 실제로 셀프사면을 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한 전직 보좌관은 “그가 당연히 ‘셀프 사면’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또다른 인물은 셀프 사면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가 자신이 유죄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가까운 인물일 경우, 쇼맨십을 위한 경우, 정부의 공식 채널을 통과하는 것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는 경우 사면권을 행사해왔다. 사법부 대변인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마련돼있는 사법부 내 사면 심사위원회는 트럼프가 행사한 27건의 사면 중 8건만 제역할을 할 수 있었다.

대신 트럼프의 친구, 폭스뉴스 관계자, 헐리우드 유명인을 등을 통해 사면이 이뤄졌다. 지난 7월 자신의 비선 참모로 러시아 스캔들 관련 혐의로 4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로저 스톤의 남은 형기를 모두 감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언론들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직전 사퇴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넘지 않은 선을 넘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전 최측근 사면권을 행사한다면 그 대상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계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조지 파파도풀러스 전 트럼프 대선캠프 외교 고문, 폴 마나포트 전 선대본부장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