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 사업 상상도/ 항우연

우주 선진국들이 잇따라 달과 소행성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고 있지만,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여전히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에만 머무르고 있다. 정부의 우주개발 담당국장은 1년도 못 가 바뀌고, 연구원들은 파벌 싸움만 일삼으면서 우주개발 계획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한국도 달 탐사선을 운용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주개발이 정치적 논리에 좌우되면서 계속 미뤄졌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달 궤도선을 2020년, 착륙선은 2025년 발사한다는 계획을 잡았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에 맞추겠다고 궤도선은 2018년까지, 착륙선은 2020년으로 일정을 당겼다.

하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궤도선 발사를 2020년, 착륙선은 2030년으로 늦췄다. 지난 정권의 사업이어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말이 나왔다. 정부의 지원은커녕 감독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이 궤도선 발사는 다시 2022년으로 미뤄졌다. 개발 주체인 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달 탐사 책임자가 계속 바뀌고 원장이 술자리에서 연구원을 폭행해 임기를 두 달 남기고 해임되는 일도 벌어졌다.

우주로켓도 사정이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1조9572억원을 들여 3단형 첫 국산 우주로켓 누리호를 개발하고 있다. 2009년 발사한 2단형 로켓 나로호는 핵심인 1단을 러시아가 제작했다. 원래 계획은 내년 2월과 10월 시험 발사하는 것이지만 연료탱크 등 부품 제작 차질로 당초 예정됐던 내년 2월에서 6개월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누리호가 성공해도 이제 겨우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을 독자 발사하는 수준에 오른다. 미국이나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처럼 달이나 소행성으로 가는 탐사선을 쏘려면 더 강력한 로켓이 필요하다. 하지만 달 너머 우주로 가는 차세대 우주로켓은 아직 제대로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