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변이 코로나에 ‘브렉시트’… 파리행 마지막 열차 기다리는 긴줄 - 20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국제 열차 정차역인 세인트 팬크라스역에서 승객들이 이날 프랑스 파리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다. 영국 정부가 전염력이 기존 코로나보다 70% 강한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이날부터 런던 일원에 봉쇄령을 내리자 탈출하려는 행렬이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21일부터 영국발 항공·도로·철도 등을 48시간 동안 막겠다고 선언하는 등 유럽·중남미 각국이 영국발 유입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AP 연합뉴스

영국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럽 등으로 번지자 각국이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70% 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런던에서는 최근 확진자의 60% 이상이 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다.

영국 BBC는 지난 9월 런던 남동부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가 최소 네 나라로 퍼졌다고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HO 캐서린 스몰우드 수석 비상 책임자는 덴마크(9건), 네덜란드(1건), 호주(2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며칠 전 영국에서 비행기편으로 귀국한 환자 1명이 변이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격리된 상태라고 했다.

각국은 즉각 영국발 여행객 제한 조치에 들어갔다. 유럽 국가 중 독일·아일랜드·오스트리아·스웨덴·덴마크·핀란드·러시아 등 최소 20여 나라가 21일부터 영국 항공편의 착륙을 금지했다. 이탈리아는 내달 6일까지, 네덜란드는 최소 내달 1일까지 영국발 항공기 승객 입국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21일 영국 남동부 도버항 인근 도로 양옆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화물을 실은 트럭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이 브렉시트 전환 기간으로 설정한 이달 31일 전에 유럽으로 물건을 수출하려는 트럭이 안 그래도 넘쳐나고 있었는데, 변이 코로나로 프랑스가 국경을 걸어잠그며 도버해협 인근 물류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AP 연합뉴스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코로나 확산으로 영국 정부가 런던 일원에 대한 봉쇄령을 발동한 20일, 런던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공항과 기차역이 북새통을 이뤘다. 영국과 해저터널로 연결된 프랑스는 21일 0시부터 48시간 동안 항공편뿐 아니라 도로와 철도를 포함한 전 이동편을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사이 물품의 절반이 오가는 도버해협도 막혔다. 이날 도버 해협 인근 영국 남동부 해안도시 포크스턴에서 트레일러를 실은 화물트럭 수천대가 런던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따라 약 32㎞ 이어졌다. 영국 정부가 정한 브렉시트 시한(12월 31일) 내에 유럽으로 보내려는 수출 물량이 한꺼번에 몰려 들고 있는데, 프랑스의 해협 봉쇄령이 기름을 부은 것이다.

도버해협은 프랑스가 막겠다고 선언한 48시간 이후에도 계속 봉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벨기에 브뤼셀 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의 영국 내 수급부터 차질이 생긴다. 영국 정부는 이 경우 군용기를 투입해 백신을 들여온다는 계획이다.

21일(현지 시각) 영국 측 도버해협 입구에 '프랑스 국경 닫혔음'이라고 적혀있다.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 코로나로 프랑스가 영국발 모든 승객과 화물을 막고 있다./EPA 연합뉴스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까닭에 교류가 많은 인도와 홍콩도 영국발 승객의 입국을 막기로 했다. 인도의 민간항공부는 “오는 23일부터 31일까지 영국과 인도를 오가는 항공편의 이착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소피아 찬 홍콩 보건장관은 “21일 자정부터 영국발 모든 항공기의 착륙을 금지한다”며 “최근 14일 동안 영국에 2시간 이상 체류한 사람들에 대해 홍콩 입국이 불허된다”고 발표했다. 최근 영국에서 홍콩으로 입국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정된 시설에서 14일간 격리되는데 그치지 않고, 7일간 자택에서 추가적으로 격리해야 한다는 강화된 지침도 내렸다.

캐나다·터키·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이란·콜롬비아·아르헨티나·엘살바도르 등도 영국발 입국을 제한하고 나섰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20일 자정부터 영국에서 캐나다로 오는 모든 국경을 72시간 동안 닫는다”며 “캐나다 국민을 보호하고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란은 테헤란과 영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2주 동안 중단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예 국제선 전 노선을 일주일간 닫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