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복을 입은 한 수녀가 시위대와 군경이 대치하는 사이에서 무릎을 꿇고 폭력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8일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다. 사진 속에서 일부 군경은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수녀의 행동에 반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사진을 올린 소셜미디어 계정은 “이 수녀의 이름은 ‘안 로즈 누 따웅’이며 사진을 찍은 장소는 미얀마 북부 카친주 미치나시”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미치나시에서는 폭력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군경은 반(反)쿠데타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해 2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현재까지 미얀마에서 사망한 시위 참가자는 최소 50명이 넘는다.
소셜미디어에는 무릎 꿇은 수녀의 또 다른 사진들도 공개됐다. 사진 속 수녀는 미치나시 길 위에 쓰러진 시위대를 우두커니 바라 보는가 하면, 피 흘리며 숨진 남성 옆에서 슬퍼했다.
사진 속 수녀는 ‘피의 일요일'로 불린 지난달 28일, 홀로 군경 앞에서 무릎을 꿇고 총격 자제를 호소해 영웅으로 떠오른 안 로사 누 따웅 수녀와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 당시 그는 거리에서 군경 폭력 진압으로 부상자가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목숨을 내놓고 군경 앞에 몸을 던졌다.
미얀마의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교구 소속인 안 로사 누 따웅 수녀는 지난 1일 “여정이 힘들고 더 많은 유혈 사태에 직면하고 있지만, 인내를 통해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진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8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군경 차량이 시위 참여자가 탄 오토바이를 그대로 밀고 가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고 보도했다. 7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군경이 이날 밤부터 주요 병원과 대학을 점령하고 시위대를 지원하는 의료진을 탄압했다고 전했다. 군경들은 통행 금지령이 내려진 한밤 중에도 주택가에서 총기를 발포하며 시민들의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