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백신 여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신 여권이란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 각국 정부가 상호 인증하는 문서를 발급해주고 이들에 한해 국제 여행 등을 허용하는 제도다.

8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라이언 WHO 집행이사 겸 긴급대응팀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 백신 여권에 대해 윤리적인 면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차원에서도 해외여행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라이언 이사는 WHO 내에서 코로나 대응 총괄을 맡고 있다.

그는 “백신 접종이 세계적으로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공평하게 접종이 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백신 여권을 도입하면 불평등과 불공정이 각인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선진국 위주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고 있지만 아직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한 국가도 있기 때문에 먼저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그는 “WHO가 현재 허가된 백신의 접종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아직 알지 못하고, 관련 데이터를 여전히 수집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또 개인 정보 침해 문제도 있다고 했다.

유럽에서는 그리스, 아이슬란드가 2차 접종을 마친 사람을 대상으로 디지털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도 백신 여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도 지난 8일 백신 접종 및 코로나 검사 여부 등과 관련된 정보를 담은 중국판 백신 여권인 ‘국제여행 건강증명서’ 앱(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