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러스트 카드 제작사 톱스(Topps)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두더지 게임 속 멍든 두더지로 묘사했다. 이후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제작사는 결국 사과했다.

톱스의 스티커 카드 시리즈 '가비지 페일 키즈 섀미 어워즈'(Garbage Pail Kids SHAMMY Awards)에 표현된 BTS의 모습. /topps

17일(현지 시각) CNN방송 등에 따르면, 톱스는 지난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의 주요 출연진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표현한 스티커 카드 시리즈 ‘가비지 페일 키즈 섀미 어워즈’(Garbage Pail Kids SHAMMY Awards)를 온라인 쇼핑몰에 공개했다. 톱스는 출연진 6명의 모습이 그려진 12장짜리 카드 한 세트를 19.99 달러(약 2만2000원)에 판매했다.

공개된 일러스트을 보면, BTS 멤버들은 두더지 게임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는 두더지로 표현됐다. 축음기 모양의 그래미 어워즈 트로피에 맞고 있는 BTS 멤버들은 한쪽 눈이 멍들어 있거나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상처를 꿰맨 자국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멤버들도 있었다.

반면, 테일러 스위프트나 빌리 아일리시는 특정 상황에서 마이크를 쥐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됐고, 메건 더 스탤리언은 트로피를 쥐고 말 타는 모습으로 나왔다.

톱스의 스티커 카드 시리즈 '가비지 페일 키즈 섀미 어워즈'(Garbage Pail Kids SHAMMY Awards)에 표현된 테일러 스위프트의 모습. /topps
톱스의 스티커 카드 시리즈 '가비지 페일 키즈 섀미 어워즈'(Garbage Pail Kids SHAMMY Awards)에 표현된 빌리 아일리시의 모습. /topps

또, 다른 출연진은 카드 하단에 아티스트 이름과 함께 카드의 상황을 묘사한 ‘나무(tree)’ ‘아름다운(stunning)’ ‘물에 떠있는(buoyant)’ 등 수식어가 붙었으나, BTS 카드 아래에는 ‘거칠고 폭력적인 남성’을 의미하는 ‘bruisers’와 ‘디스크 추는 K팝 그룹(BOPPING K-POP)’이라는 표현이 적혔다.

음악적 면모를 강조한 미국 가수들과 달리, 가학적으로 그려진 BTS 이미지에 “아시아 아티스트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쏟아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건 명백한 인종 공격”이라며 “아시아인들이 뭘 했길래 인종차별주의자들로부터 이런 대우를 받는가”라고 했다.

톱스의 스티커 카드 시리즈 '가비지 페일 키즈 섀미 어워즈'(Garbage Pail Kids SHAMMY Awards)에 표현된 메건 더 스탤리언의 모습. /topps

비판이 이어지자 톱스는 공식 SNS에 “BTS 묘사에 대해 소비자들이 화가 난 것을 파악했고 이해한다. BTS 카드를 세트에 포함한 것에 사과한다”며 “BTS 카드를 세트에서 뺐다. 인쇄는 들어가지 않았으며 판매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종차별 비판에 대한 반응은 없었다.

현재 톱스 공식 홈페이지에선 BTS 카드를 뺀 나머지 출연진 5명의 카드 10장만 판매되고 있다. 빌보드는 해당 카드 시리즈를 홍보하는 기사를 게재했다가, 톱스가 사과하자 관련 부분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