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충칭(重慶)에서 열린 한 부동산 박람회에서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둘러 보고 있다. 중국 주택가격은 지난해 3월부터 상승세 로 돌아서면서 거래량이 급증했다. 일부 지역에선‘아파트가 배추보다 팔기 쉽다’는 말이 돌 정도다. /A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 세계 집값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거품 우려가 커졌다고 28일(현지 시각)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 37국(國)의 집값은 지난해 3분기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전 세계 연간 집값 상승률은 5%에 가까워 최근 20년간 최대 수준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주택가격은 지난 1년 동안 16% 뛰었다. 중국 금융당국이 자산시장을 “거품”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장 안정 노력을 기울였으나 상승세를 멈추지 못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이 배추보다 팔기 쉽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뉴질랜드는 지난달 주택 중위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23% 급등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뉴질랜드 당국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강화하며 부랴부랴 집값 잡기에 나섰다. 호주 시드니 집값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도 주택 매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호주 은행들은 WSJ에 “신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급증해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캐나다 집값은 지난달 17%(연율) 급등해 티프 맥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과잉 상태의 초기 신호를 보여준다”고 공개 경고하고 나섰다.

유럽의 경우, 각국의 1%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급여 보조,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주택가격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덴마크에서는 마이너스 주택담보대출 정책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중앙은행이 보고서를 내고 “연 5∼10%의 집값 상승은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WSJ은 지난해 15% 가까이 집값이 오른 서울에서 일부 부부들이 저금리 대출을 많이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늦추고 집을 사는 사례가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WSJ은 몇 년간 이어진 초저금리 기조가 주택 수요를 키웠고,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집값 상승을 빠르게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충격 완화를 위해 각국이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부양책을 펼친데다 재택근무 확대로 ‘교외 넓은 집’ 이사 수요가 급증하면서 집값이 과열됐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등 각국 경제학자들은 최근 집값 과열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주택시장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보다 채무자들의 신용등급이 높고 선불 비중이 높아졌으며, 투기자보다는 실수요자가 많기 때문이다. WSJ은 “금리가 오르고 억눌린 수요가 충족되면 뜨거운 시장은 큰 피해 없이 자연스럽게 식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