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60대 아시아계 여성을 아무 이유 없이 발로 수차례 걷어찬 흑인 남성이 체포된 가운데 건물 안에서 폭행 과정을 구경만 하다 출입문을 닫았던 보안요원 2명이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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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 시각)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맨해튼 43번가에 있는 건물을 소유한 브로드스카이(Brodsky Organization) 측은 전날 성명을 내고 보안요원 2명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40분쯤 뉴욕 맨해튼 브로드스카이 건물 앞을 지나 교회를 가고 있던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A(65)씨는 흑인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당시 건물 안에 있던 보안요원, 행인 추정 남성 등 3명이 눈앞에서 폭행 과정을 보고도 A씨를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출입문을 닫아버려 비판이 쏟아졌다.

브로드스카이 측은 “건물 로비에 있는 영상을 보면 가해자가 떠난 뒤에야 보안요원이 나타나 피해자를 도와 현지 경찰 차량에 신호를 보냈다”면서도 “(이런 조치는) 명백히 비상 안전 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 사건에 극도로 혼란스럽고 충격을 받았으며, 피해자에게 위로를 표한다”고 했다.

반면 이 건물의 입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이 보안요원들의 행동을 확실히 왜곡했다”며 브로드스카이 측에 보안요원들을 변호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보안요원들은 가해자가 떠난 후 피해자를 도왔으나 이 모습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입주민들은 “소속 직원들이 입주민,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사회, 아시아태평양계 뉴욕시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했다.

29일 맨해튼에서 필리핀계 여성이 무차별 폭행을 당하기 전에 현장의 CCTV에 찍힌 범인의 모습과 건물 내부의 CCTV에 찍힌 폭행 당시 모습.

A씨를 마구 폭행하고 도주한 흑인 남성 브랜던 엘리엇(38)은 지난달 31일 뉴욕경찰(NYPD)에 체포됐다. 엘리엇은 A씨의 배를 걷어찬 뒤 바닥에 고꾸라진 A씨의 머리, 몸 등을 3차례 강하게 내려찍어 2급 폭행·증오범죄로 인한 1급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엘리엇은 쓰러져 몸도 가누지 못하는 A씨에게 욕설을 섞어 “‘여긴 당신 나라가 아니다”(f*** you, you don’t belong here)고 말했다고 미 CBS방송은 전했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타박상, 골반 골절 등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NYPD는 올해 3월 말까지 아시아인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31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작년에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