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추석, 설, 어린이날이 주말과 겹칠 때만 적용되던 ‘대체공휴일’ 제도를 다른 공휴일로도 확대키로 하자 이번 기회에 휴일체계를 날짜 중심에서 ‘요일 지정 공휴일제’로 전면 개편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처럼 특정 날짜가 아니라 ‘○월 ○번째 ○요일’로 지정해 매년 달력을 보지 않고도 휴일을 안정적으로 즐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도 특정 일자로 지정된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경우 대체공휴일을 주는 제도가 있지만 요일 지정 공휴일이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은 주(州)마다 휴일이 조금씩 다르지만 연방정부 지정 공휴일 10개 중 6개가 날짜가 아니라 요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월요일 공휴일법(Monday Uniform Holiday Act)을 통해서 지금과 같은 요일 지정 공휴일제를 확립했다. 1월 셋째 월요일인 ‘마틴 루서 킹 데이’, 2월 셋째 월요일인 ‘대통령의 날’, 5월 마지막 월요일인 ‘메모리얼 데이’, 9월의 첫째 월요일인 노동절, 10월의 둘째 월요일인 ‘콜럼버스 데이’, 11월 넷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이 등이 여기 해당한다.

요일일 기준으로 지정된 공휴일 덕분에 1, 2, 5, 9, 10월에는 무조건 토·일·월 사흘 연휴가 생긴다. 두어 달에 한 번씩 연휴가 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미리 여행 계획 등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일하는 코트니 스토퍼씨도 그런 경우다. 스토퍼씨는 매년 두 달에 한 번꼴로 나오는 3일 연휴를 이용해 가족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매년 11월 넷째 목요일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그 달의 업무를 마감하고 금요일과 주말까지 나흘을 쉰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1년 넘게 재택근무 중인 워싱턴DC의 많은 싱크탱크들은 요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대면 행사 재개일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 기준도 ‘9월 노동절 연휴 이후’란 식이 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특정 일자가 아니라 요일을 기준으로 지정된 대표적 공휴일은 부활절 연휴다. 부활절은 기독교 교리에 따라 항상 일요일일 수밖에 없는데, 흔히 ‘이스터 먼데이’로 불리는 부활절 다음 월요일은 많은 유럽 국가에서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 ‘굿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부활절 직전의 금요일도 공휴일이라서 매년 나흘의 휴일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프랑스 파리에서 교수로 일하는 뱅상 베르더씨는 매년 10월쯤이면 다음 해 4월에 있을 부활절 연휴에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할지 가족과 함께 계획을 세운다. ‘부활절 다음 월요일’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해마다 예외 없이 토·일·월요일 사흘 연휴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활절 39일 후’로 정해진 승천대축일은 언제나 목요일이다. 덕분에 상당수 프랑스 직장은 미리 금요일 휴가를 낸 뒤 목·금·토·일요일 나흘 연휴를 즐긴다. 일본도 미국과 유럽 국가의 공휴일 제도를 참고해 9월 셋째 주 월요일을 경로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요일 지정 공휴일제가 실시되면 “체계적인 연휴 조성으로 매년 휴일 수와 쉬는 날이 동일해 안정성이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소비와 여행이 늘어 서비스업과 관광산업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전망이 많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특정 날짜로 정해진 공휴일이 주말과 겹칠 때는 대체공휴일을 지정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신정(1월 1일), 독립기념일(7월 4일), 참전용사의 날(11월 11일), 성탄절(12월 25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그 다음 월요일을 대체공휴일로 쉬도록 하고 있다. 토요일과 겹칠 경우엔 직전 금요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는데, 연방인사관리처(OPM)가 2030년까지 대체공휴일을 미리 결정해 홈페이지에 공지, 미리 모든 국민이 휴가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올해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이 일요일이라 그다음 월요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고, 토요일과 겹친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직전 금요일을 쉰다고 공지했다.이런 대체공휴일제가 보편화된 것은 영국도 비슷하다. 올해는 크리스마스와 다음 날인 복싱데이가 주말과 겹쳐서 그와 이어지는 월·화요일 이틀이 대체공휴일로 예고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