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상위권 로스쿨 졸업생들이 초봉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등록금 탓에 졸업 후에도 학자금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로스쿨은 안락한 삶의 확실한 보증수표처럼 여겨졌으나, 이제는 빚더미에 오르는 가장 빠른 길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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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이 2015~2016년 상위 100위권 로스쿨 졸업생의 학자금 대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수의 엘리트 대학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로스쿨 졸업생이 대출금에 못 미치는 초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봉과 학자금 대출 간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건 마이애미대 로스쿨이었다. 이곳 졸업생의 중위 학자금 대출액은 16만 3000달러(약 1억 8600만원)였으나, 졸업생 절반이 5만 9000달러(약 6700만원) 이하의 초봉을 받았다. 졸업생 초봉이 학자금 대출금보다 높은 대학은 10여곳 남짓이었다. 스탠포드대⋅하버드대⋅펜실베니아대 로스쿨 등이 여기 포함됐다.

초임 변호사들의 연봉은 로펌 규모에 크게 좌우된다. 미국 법조계 취업 연구 단체인 전국법률직업협회(NALP)에 따르면 공공 부문이나 소형 로펌에 취업한 변호사들의 초봉은 4만5000~7만 5000달러(5100~8500만원) 수준인 반면, 대형 로펌 초봉은 19만 달러(약 2억 17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변호사협회(ABA)에 따르면 대형 로펌 초임 변호사 자리 절반 이상이 상위 20개 로스쿨 출신들로 채워진다. 대다수 로스쿨 졸업생들은 수억원에 이르는 학자금 대출을 안고 졸업해 10년이 지나도록 학자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처지다. 학자금 대출 상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0개 로스쿨 중 14개 학교에서만 졸업생 과반 이상이 졸업 직후 원금을 상환했다. 초봉과 학자금 대출 격차가 가장 심했던 마이애미대 로스쿨의 경우 졸업생의 15%만이 대출 상환을 시작한 걸로 나타났다.

대형 로펌과 중소형 로펌 변호사 간 임금 격차는 변호사 전체 연봉 수준에도 영향을 미쳤다. NALP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로스쿨 졸업생의 중위 연봉은 7만 2500달러(8200만원)였는데, 이는 10년 전 로스쿨 졸업생 초봉과 같은 액수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대다수 초임 변호사 연봉이 지난 10년간 낮아진 셈이다.

WSJ는 미국 중상위권 로스쿨들이 졸업생의 잠재적 연봉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등록금을 올려 학자금 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애미대의 1년치 등록금은 5만 7000달러(약 6500만원)로 지난 10년간 약 43% 인상됐다. 물가 인상률의 두 배를 넘기는 수준이다.

시민 단체 ‘로스쿨트랜스패런시’ 공동 창립자 카일 매켄티는 “많은 이들이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을 빌리고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가치가 있다고 여기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WSJ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