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비트코인'에 관한 이미지/팀 레크만(위키피디아)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저장한 하드디스크를 실수로 버린 영국의 한 남성이 쓰레기 처리장을 파헤치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당국에 9년째 요청하고 있다. 버려진 하드디스크에 있는 비트코인의 가치는 거의 4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13일 미국 잡지 뉴요커 인터넷판에 따르면 영국 웨일스 뉴포트에 사는 개발자 제임스 하웰스(35)는 시 관계자를 만나 쓰레기 처리장을 파헤쳐 비트코인이 있는 하드디스크를 찾겠다며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거절 당했다. 뉴포트 측은 거절 사유에 대해 그의 계획이 불확실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웰스는 자신이 사는 뉴포트 지역을 담당하는 쓰레기 처리장을 파헤치겠다는 제안을 지난 2013년부터 관계 당국에 꾸준히 하고 있다. 이 쓰레기 처리장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하드디스크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하드디스크를 실수로 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당시에는 쓰레기장을 찾아가 비트코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창피했다”며 “그렇지만 용기를 내 담당자를 찾아가 물어보니 내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 묻혔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해당 쓰레기장은 버리는 순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영국 BBC와 인터뷰를 하는 제임스 하웰스. 당시에도 그는 비트코인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찾겠다며 쓰레기 처리장 수색을 요청했다. /BBC

한 IT기업의 개발자로 일했던 그는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한 2008년부터 암호화폐의 개념이나 목표에 대해 공감했고, 실제로 일주일간 채굴하기도 했다. 그가 채굴해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비트코인의 개수는 7500개. 우리 돈으로 15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기준 약 4295억7750만원에 이른다.

이에 하웰스는 비트코인을 찾는다면 일정 비율을 떼서 시에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뉴포트 시 관계자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하드디스크가 쓰레기 처리장에 매립됐는지 확실하지 않고, 찾더라도 하드디스크는 이미 고장났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그는 “250m x 250m x 15m만 파면 된다. 4만톤에 불과하다”며 “작업은 25명 규모의 팀을 구성해 9~12개월 내에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하드디스크는 잘 고장 나지 않는다. 고장 나더라도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아 복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웰스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가격이 오르다 보면 시 관계자도 마음을 바꿀 것”이라며 “나는 비트코인을 찾는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뉴요커는 암호화폐 데이터 전문기업 체인아날리시스의 통계를 인용해 “하웰스의 사례나 보안키(개인키) 손실 등의 이유로 쓸 수 없는 비트코인의 양은 12년동안 약 350만개로 추산된다”며 “이는 채굴된 비트코인의 약 20% 수준”이라고 했다. 비트코인은 설계상 총 2100만개로 한정됐다. 이를 고려하면 전체 비트코인의 약 16%는 쓸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