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이탈리아의 아르마 베이라나 동굴에서 발견된 신생아의 뼈(왼쪽)와 이에 대한 연구팀의 설명. 조개로 만든 구슬도 함께 발견됐다. /콜로라도 대학

1만년 전 태어난 신생아의 뼈가 발견됐다. 40여일 만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신생아는 특별하게 제작된 독수리 발톱으로 장식됐으며, 근처에 조개 구슬과 팬턴트도 있었다.

15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고고학 연구팀은 이탈리아의 아르마 베이라나(Arma Veirana) 동굴에서 지난 2017년 발견한 1만년전 매장된 여성 신생아의 뼈에 대한 연구를 전날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발견한 신생아의 이름을 ‘네브’(Neve)라고 붙였다. 네브는 매장 당시 생후 40~50일 정도로 추측된다. 그는 독수리와 올빼미 발톱 등으로 장식됐으며, 조개로 만든 구슬 형태의 장식품 60여개, 펜던트로 추정되는 물체 4개 등이 함께 발견됐다. 이를 두고 연구팀은 메소포타미아 사회의 매장 관습을 엿볼 수 있는 사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견은 고대 사회도 평등하게 장례를 치렀다는 증거”라며 “장례 문화를 통해 전체 사회 구조를 추측할 수 있다. 고대 사회는 여성이나 아이도 ‘완전한 사람’으로 봤을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주장은 고대 사회가 남성 위주의 사회라는 주된 이론과 다르다. 이에 “고고학자로서 우리는 과거를 하나의 렌즈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인간은 복잡하고,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017년 이탈리아의 아르마 베이라나 동굴에서 발견된 신생아의 뼈 인근에 있던 유물. 조개껍질로 만든 구슬과 펜던트 등이 있다. /콜로라도 대학

네브가 발견된 아르마 베이라나 동굴은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곳이다. 특히 2015년 구석기와 신석기를 비롯해 그사이 시기인 중석기 관련 유물이나 뼈 등이 무더기로 발견되기 시작하며 전 세계 고고학자가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팀도 약 2년간 이 동굴의 입구를 중심으로 유물을 발굴하다가 더 깊숙한 곳에서 네브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가장 먼저 발견된 것은 구멍이 뚫린 조개 구슬이었다. 이내 네브의 머리뼈을 발견한 이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아주 어린 사람의 것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며 “고고학자로서 감동적인 날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