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제학교인 노스런던칼리지에이트스쿨(NLCS) 학생들./NLCS 인스타그램

한국과 중국 부유층이 자녀들을 제주도 국제학교로 진학시키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영국 등 서구 국가로 유학을 보내기보다 가까운 제주도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는 2008년 한국 정부가 제주도 대정읍의 농경지 940에이커(3.8㎢, 115만평)를 국제 교육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을 세운 후 15억 달러(1조 8000억원)를 들여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인기 관광지였던 제주도에 부유층 학부모와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지역에는 노스런던칼리지에이트스쿨(NLCS), 브랭섬홀아시아(BHA),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 한국국제학교(KIS) 등 프리미엄 국제학교 4곳이 들어섰다. 특히 NLCS는 1850년 설립된 영국 명문학교로 제주도에 처음으로 해외 분교를 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가로 학교 2곳과 사전협약을 맺어 향후 해당 지역의 국제학교는 총 6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 국제학교 4곳의 재학생은 약 4600명으로 집계된다. 한국인 학생 85%, 중국 유학생 10%, 몽골·미국·호주·유럽 등에서 온 학생이 5% 정도로 나타났다.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 연간 학비는 최대 5만 달러(약 5900만원)가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 늘 대기자가 있다.

고(故) 최진실의 아들이자 래퍼 지플랫으로 활동 중인 최환희도 NLCS에서 학교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방영된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진실이 엄마2, 환희와 준희는 사춘기’에서 최환희는 “할머니가 엄청 힘들게 공부시켰다. 방학해도 놀지 못하고 맨날 책상에 앉아 공부했다”며 국제학교 입학을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 인스타그램

부유층이 제주도로 몰리는 이유는 교육·주거·자연 환경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 환경의 경우, 해당 학교 졸업생들의 90% 이상이 세계 100대 대학에 진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돼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익힐 수 있고, 학생들이 다이빙, 스노클링, 승마 등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실제 중국인 IT 사업가 얀보 리씨는 아들이 태어난 직후부터 아시아 주요 도시 학교들을 꼼꼼히 비교해왔다. 그의 선택은 결국 제주도였다. 그는 2년 전 제주에 집을 구해 아들과 함께 이사했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사업은 원격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리씨는 “제주도 국제학교는 교육 수준이 높고 야외활동도 훌륭하다”며 “홍콩·싱가포르보다 살기 좋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제주도 국제학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초·중·고 학생들의 해외 유학 건수 또한 크게 줄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해외 유학을 떠나는 초·중·고 학생수는 2006년 2만 9511명에서 2019년 8916명으로 크게 줄었다.

NLCS의 린 올드필드 교장은 “더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영국·미국 등 다른 곳으로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 제주가 정치적으로 훨씬 안정적인 만큼 우리의 교과 과정에는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 학교 관계자는 “코로나 예방접종률이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유학생들이 제주에 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FT는 제주 국제학교의 성공으로 한국의 외화 유출과 일명 ‘기러기 아빠’ 등과 같은 가족의 분열도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국의 사교육 규제도 제주도의 인기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브랭섬홀 관계자 요진 오는 “실제 중국의 사교육 규제 강화 이후 캐나다 학교에 중국인 학부모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부유층 학부모들이 중국에서의 교육이 힘들다고 판단해 제주도 국제학교 입학을 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국제학교에 대한 선호 급증은 부동산 과열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정읍 일대 최고급 빌라들은 30억~100억원을 호가해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보다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대정읍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여기 부동산 가격은 국제학교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최근 2년 사이 아파트 값이 60~70% 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