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주 벤드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빌 맥코믹이 가게에 있던 러시아산 보드카를 병째로 쏟아붓고 있다./폭스19
미국 오리건주 벤드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빌 맥코믹이 가게에 있던 러시아산 보드카를 병째로 쏟아붓고 있다./폭스19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항의 표시로 미국과 캐나다 등 서구사회에서 러시아산 보드카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주에서 러시아산 보드카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크리스 수누누 미국 뉴햄프셔 주지사는 이날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우리 주류 및 와인 매장에서 러시아산 및 러시아 브랜드 증류주를 제거한다”고 발표했다. 뉴햄프셔주는 국영 매장을 통해 주류를 판매하는 지역이다.

주정부가 민간 기업과 주류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오하이오에서도 보드카 판매가 중단됐다. 마이크 드와인 주지사는 러시아 보드카의 국영 구매 및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버지니아주에선 루이스 루카스 상원 최고위원이 400개에 달하는 국영 주류 매장에서 보드카를 비롯한 러시아 제품을 제거할 것을 촉구했다. 또 톰 코튼 아칸소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보드카를 모두 버리고 빈 병을 탄약, 미사일과 함께 우크라이나로 보내 화염병을 만들게 하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캐나다 오타와주의 한 주류 판매점에 캐나다산 보드카가 진열돼 있다./로이터통신 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각) 캐나다 오타와주의 한 주류 판매점에 캐나다산 보드카가 진열돼 있다./로이터통신 연합뉴스

캐나다에서도 주 차원 보드카 불매 운동이 불어졌다. 인구가 가장 많은 온타리오주의 주류 통제국은 지난 25일 “600개 이상의 매장에서 러시아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을 제품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매니토바주와 뉴펀들랜드 주에서도 러시아산 제품 판매 중단이 이뤄지고 있다.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보드카 불매에 동참했다. 폭스19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주 벤드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빌 맥코믹은 최근 가게에 있던 러시아산 보드카를 병째로 쏟아 부었다. 그는 “러시아가 마치 1939년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항의 표시로 더이상 러시아산 보트카를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피즈에서 바를 운영하는 밥 쿼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게 진열대에서 러시아 보드카를 치우고 그 자리에 우크라이나 보드카를 채워 넣었다고 밝혔다. 그는 매장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문구를 써 붙이기도 했다.

보드카는 러시아 문화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술로,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다만 미국 증류주 위원회에 따르면 미국내 보드카 시장에선 프랑스(39%), 스웨덴(18%), 네덜란드(17%)산 보드카의 점유율이 높아 러시아산 점유율은 약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러시아산 보드카 불매운동은 러시아에 전략적인 위협을 가하는 수단 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