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푸틴과 히틀러의 얼굴을 합성한 ‘푸틀러(Putler)’ 사진이 담긴 전단지를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강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그를 제거해야 한다는 공개 발언이 미국 정계에서 나왔다. 공화당에서 영향력이 큰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은 4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누군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러시아에도 브루투스나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이 있느냐”고 했다. 브루투스는 고대 로마 지도자 율리우스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했으며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는 나치 집권기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암살을 시도했던 독일군 장교다. 러시아 정부는 그의 발언에 대해 발끈했고, 주러 미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그레이엄 의원의 ‘푸틴 제거’ 발언은 즉각 전 세계 SNS로 확산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그것은 미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며, 현 정부 관계자 누구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을 발언”이라는 입장을 반영했다.

푸틴(왼쪽서 둘째)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 시각) 여성의 날을 맞아 모스크바에서 아에로플로트 항공사의 여승무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레이엄 의원의 강경 발언은 현재 국제사회에 증폭되고 있는 푸틴 혐오를 상징한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반(反)러시아 집회에서 푸틴과 히틀러의 얼굴을 합성한 ‘푸틀러(Putler)’ 사진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사진은 SNS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하며 반전 운동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히틀러에 비견되는 침략자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그에게 주어졌던 각종 타이틀도 박탈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은 그에게 줬던 명예 9단 단증을 철회하기로 했다. 국제수영연맹도 푸틴에게 수여한 훈장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헝가리 데브레센대는 2017년 푸틴에게 수여한 명예박사학위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교착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푸틴의 오판을 지적하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러시아가 제공권 장악과 적군의 ‘지휘 통제’ 능력에 대한 타격이라는 전쟁의 성공 요소 두 가지 모두에서 실패를 겪고 있다”고 했다. 가디언은 “초기 실패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 군사력 격차가 워낙 커 결국 우위를 점하게 되겠지만, 서방 제재를 견디고 국내 반전 여론을 억압해야 하는 상황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