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 네반쟈 유엔주재 러시아대사가 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4일(이하 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부차에서의 민간인 학살 의혹을 부인하며 “관련 영상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네반쟈 대사는 러시아군이 학살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전쟁 외에 선전전도 극심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우크라이나의 선전전 기구가 사전에 계획한 것이라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날 캐나다 주재 러시아 대사관도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부차 거리 곳곳에 민간인 시신이 있다고 주장하는 영상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나다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조작된 영상이라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촬영된 영상./캐나다주재 러시아 대사관 트위터

해당 영상을 보면, 도로 양쪽에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시신들이 놓여있다. 대사관은 “키이우 인근 부차의 가짜 시신을 보여주는 영상”이라고 말했다. 대사관은 해당 영상을 재생 속도를 늦춘 영상을 공유하며 “느린 속도로 재생한 영상을 보면 시신이 손을 움직이고, 차량이 지나가면 일어나 앉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BBC는 시신이 손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차량 앞 유리의 빗방울 또는 먼지 등으로 추정되는 얼룩이 해당 시신과 절묘하게 겹쳐져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신이 일어나 앉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백미러의 왜곡에 의한 착시라고 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개하는 시신의 사진을 보면 최소 4일이 지났음에도 경직되지 않고 시신에서 나타나는 얼룩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법의학자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4일이 지나면) 보통 사후경직이 진정된다”며 총기 종류나 거리 등에 따라 시신의 상태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액이 옷에 흡수됐거나, 시신의 자세가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고 한다.

러시아 측은 영상이 조작됐다는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5일 오후 7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그러나 4월 안보리 의장국인 영국이 반대하면서 회의는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대사는 5일 오전으로 예정된 안보리 회의에서 민간인 학살 문제를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네반쟈 대사는 “유엔 역사에서 전례 없는,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영국 외교의 수치”라고 반발했다.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박탈을 추진하는 미국에 대해서는 “평화회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교외 부차 지역에서 400여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되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행위에 대해 “이것은 집단학살이다. 우크라이나 전체와 국민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나 현재 러시아는 '연출장면'이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로이터